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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나 도깨비처럼 생긴 사람들만 악행을 저지른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관타나모는 악 그 자체입니다. 관타나모는 기소도 하지 않고, 어떤 재판 절차도 없이 단지 어렴풋한 혐의만으로 사람을 5년 이상이나 가둬두는 곳입니다.”(47쪽) 이 한 문장이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의 내용을 가장 압축적이고도 핵심적으로 표현한 구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는 법집행의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나라라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미국 본토와는 14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관타나모 기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음을 고발하는 책이다.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몇 장의 사진으로 인해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벌어진 포로 학대와 성적 모욕을 목격한 바 있다. 그 사진들에는 발가벗겨진 채 개줄에 목이 묶여있는 사람들, 이를 끌고 다니는 여군, 발가벗은 채 포개져 무더기를 이룬 사람들, 그 옆에서 군복을 입은 남녀 군인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는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이 '아부그라이브'의 진실이 우리에게 전해지기 전에 이미 '관타나모 기지'에서도 수감자들에 대한 학대와 성적모욕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었음을 우리는 이 책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책을 보기 전에는 '아부그라이브' 사건이 모태가 되어 나온 책 <루시퍼 이펙트> 같은, 조금은 전문적이고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내용을 기대했으나, 막상 책의 내용은 나의 기대와는 달리 그야말로 한 로스쿨 여대생의 '다이어리' 수준에 그친 것은 못내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
"미국 정부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미국의 재판관할권 밖에 있는 외국인이므로 미국 법률상의 권리가 거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오래지 않아, 관타나모에 있는 이구아나조차 <멸종위기 동식물법>이라는 미국의 법률에 따라 보호받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결국 관타나모 수감자들은 이구아나만큼도 보호받지 못했다." -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중에서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테러리스트 취급하며 이구아나보다 못한 취급을 당연시하는 이상, 문명의 차이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식 패권주의로 이슬람을 대하는 이상, 지금도 '9.11'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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