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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제천국제음악영화제

by 내오랜꿈 2009.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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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 휴가철이라 다소 막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않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마자 번갈아 햇빛과 비의 요동치는 변주곡을 들으며 영동고속도로를 벗어나 비교적 수월하게 제천에 닿았다. 소도시에서의 축제인지라 다소 들뜬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다른 영화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 까닭인지 너무나 조용하다.

 

아침 일찍 서둘러 아내가 김밥을 싸온 까닭에 먹는 시간도 절약하고, 게다가 고속도로까지 안 막힌 덕분에 영화 상영까지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의림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중고등학교 역사책에도 나왔던 의림지. 산책로, 공원 등 저수지 주변 정비를 깔끔하게 해둔 덕분에 한두 시간 떼우기로는 그만인 코스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상영시간이 다 되어 상영관인 "TTC" 주변을 배회하며 주차할 곳을 찾아 후진하다가 배달나온 근처 식당 아주머니 차를 박았다. 꽝은 아니고 정말 아주 살짝. 우선 몸부터 안 다쳤나 여러 번 살폈고, 다행스럽게도 가해자의 눈에는 사람도 차도 무사해 보이긴 했지만 피해자가 배달 때문에 바쁘다고 하여 황급히 차량번호와 연락처를 건네주었는데, 오늘까지 연락이 없다.

 

어찌어찌 겨우 골목에 주차를 하고 TTC에 갔는데, 어수선한 가운데 극장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아코디언 연주)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제법 관객들이 몰려든 것 같다.

 

오후 4시, <하나다 소년사> 상영 직전에 남녀 홍보대사의 인사가 있었다. 여배우는 이소연씨였는데, 남자 배우는 누군지 모르겠다. 비로소 일반영화 상영이 아니라 영화제라는 실감이 난다. 상영에 앞서 자원 봉사자의 영문 안내 멘트가 중학생이 책을 읽어도 그것보단 낫겠다 싶을 정도로 안쓰럽고 민망했다. 메모에 적힌대로 읽어나가는 것은 그렇다 쳐도 명색이 국제영화제인데 저럴 바에야 차라리 녹음기 트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 서툼이 재밌기도 하고 그랬다.

 

<하나다 소년사>를 마치고 <인터내셔널> 상영하기까지 한 시간여 짬이 있어서 저녁을 먹기 위해 주변을 몇 번이나 배회했는데 마땅한 곳을 못찾아 결국은 굶었고, TTC상영관 주위에 관객이 쉴만한 공간이 없는 점 또한 아쉬웠다. 물론 그 아쉬움을 영화의 감동이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지만...

 

영화 끝나고 식당과 잠자리를 찾아서 2시간 넘게 이쪽 저쪽 반복적으로 쑤시고 다니다가 박달재까지 넘었는데도 마땅한 곳을 못찾고, 결국 주린 배는 오징어와 고등어회에 소주 한잔으로 달래니 금방 새날이다. 어떻게 이 동네는 그 흔한 해장국집 하나 안보이는지 말이다. 으슥한 의림지의 정자에 돗자리 펴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거 몰지각한 행위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그 밤의 분위기가 그랬다. 여관이나 찜질방에서 두세 시간 자고 나올 바에야 모기도 없고, 시원한 밤공기가 좋은 정자에 드러눕고 싶었다.  하지만 아침이면 산책하느라 몰려들 사람들의 눈 때문에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차 안에서 잠깐 눈을 붙였고, 세면은 의림지 화장실에서 대충 해결했다. 이 나이에 이런 경험,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의림지에서의 밤과 아침>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청평호 야외 무대 전경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사전 정보없이 갔던 까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타 국제영화제 중의 하나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음악과 영화의 만남이란 주제가 싱그런 자연과 어우러져 신선한 느낌이 들 만큼 프로그램들이 아기자기했다. 내년에는 그림 같은 청풍호반 무대와 수상아트홀에서 마음껏 여름밤을 즐길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봐야겠다.

 

2007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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