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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7월의 순천만 갈대밭 전경

by 내오랜꿈 2009.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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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것이 서로 다를 때 피하기 어려운 것이 '충돌'이 아닌가 싶다. 불가결한 감정의 골 끝이 어젯밤 베인 손가락 상처 만큼이나 아리고 불편하다. 날씨도 지랄맞게 끈끈하다. 이런 기분일 때 문득 가고 싶고, 생각나는 곳이 있지만 너무 멀다. 바로 순천만. 


완도 다녀오는 길에 한창 졸다가 곧장 여수로 들어가지 않고 운전자가 옆길로 살짝 빠진 걸 알았을 때는 이미 2번 국도를 벗어나 있었다. 순천만 일대를 기웃거리고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 굳이 어디 가냐고 묻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제한속도 만큼의 바깥 바람을 맞으니 그 자체로도 무진장 기분이 좋다. 어디나 호젓하고 인적이 드문 길이기는 마찬가지. 남편은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를 찾고 있는 와중이다. 


사전 정보도, 이정표도 없이 한참을 헤매다가 그나마 익숙한 와온해변 못 미친 지점에서 긴가민가 시동을 꺼고 땅에 내려서니, '코리안 향수(?)'가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코를 찌른다. 더불어 비까지 살짝 뿌리니 갯내음 풀내음이 더 짙어지고, 이 길인가? 저 길 인가? 짐작으로 야트막한 산길을 중간쯤 오르니 땀이 비오 듯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정경으로 제대로 오긴 한 듯. 


가쁜 숨을 고르며 9부 능선쯤에서 광활한 순천만을 한 눈에 굽어보니 가슴이 확 트인다. 커다란 'S'자 획을 그으며 가로지르는 물길이 있고, 원형의 갈대숲 사이사이로 붉은빛을 띤 것은 칠면초. 저 멀리 왼편으로 길게 누운 산자락의 끝이 방금 다녀온 '화포'라는데 갑자기 들쑥날쑥 방향 감각이 무디어진다. 땀을 식히며 담배를 꺼내 무는 남편이 부럽다. 맛은 모르지만 한모금의 담배가 참 맛있게 보인다. 날씨 만큼이나 밧대리가 오락가락하여 겨우 건진 몇 장의 사진들. 







written date:200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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