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모습/관리소장의 일상

층간소음, 흡연 문제에 대한 하나의 단상

by 내오랜꿈 2023. 3. 16.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이렇게 글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저희 라인에 가족들을 생각해 귀찮음을 감내하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밖에서 담배를 피우시고 올라가시는 멋진 아빠들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선한 날씨에 창문들을 활짝 열어 놓고 지낼 수밖에 없는데 바람을 타고 담배 냄새가 같이 들어옵니다. ㅠㅠ 밖에 나와 태우시는 것에 뭐라 말씀드리기에도 죄송스럽지만 바로 앞이 창문임을 양해해 주시고 조금만 더 돌아나가 경비실 쪽 공터에서 태워 주십사 바라면 너무 큰 바람일까요..ㅠㅠ

 

제발 부탁드립니다. 맘 놓고 창문 열고 환기시키고 싶어요.”

 

-1층 세대 올림

 

 

이보다 정중한 부탁이 있을까요? 흡연자들을 탓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시종일관 멋진 아빠들의 배려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본 벽보는 일정 기간 후 제가 떼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양해도 잊지 않았습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있지요.

 

이 게시문에 다음과 같은 답글이 붙었습니다.

 

“1층 세대분들에게

 

많이 힘드셨을 텐데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모든 가족들이 웃으면서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담배 좋아하는 아저씨

 

 

이 글은 어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입주민들끼리 주고받았던 흡연 관련 게시글입니다.

 

 

어느 아파트나 흡연, 층간소음 문제로 크고 작은 다툼과 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문제들에 대해 이해당사자 양쪽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아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공동주택이라는 공간에서 매일 마주치며 살아가야 하는 한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나가야 하는 일임은 틀림없을 겁니다.

 

간혹 뉴스에 나오는 사회문제로 비화될 만큼 비극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당사자들, 어쨌든 한공간에서 함께 숨쉬며 살아가야 하는 이웃들끼리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더군다나 우리 아파트는 공동주택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단지 내 모든 곳에서 흡연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담배 피우는 분들 입장에서 보자면 한없이 불공평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당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내 집에서 내가 담배 피우는데 당신들이 왜 간섭이냐?”는 논리가 대표적일 겁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내 집에서 내가 담배 피워도 피우지 않은 가족들의 원성을 듣는 게 일반적일 겁니다. 내 가족도 불편해하는데 하물며 타인들이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관리사무소로 전화해서 흡연이나 층간소음 관련 민원을 제기하고 심지어는 무작정 방송을 하라고 요구하십니다. 과연 이게 관리사무소가 개입해서 해결될 문제이고 방송한다고 개선될 문제일까요? 특히나 방송은 특정 한두 사람을 위해 그 라인, 그 동 주민분들은 원치 않는 소음을 들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지난 금요일 올린 소방경보설비 관련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의 안전을 위한 소방경보음도 시끄럽다는 분들이 계신데 세대 내로 바로 송출되는 방송은 또다른 소음이 아닐까요?

 

앞으로 층간소음이나 승강기 안전, 흡연 관련 안내문들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각동 게시판과 입주자 카페에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안내방송은 최대한 지양하겠습니다. 긴급한 필요나 안전을 위한 일이 아니면 방송으로 안내하는 일은 가급적 삼가겠습니다. 공동주택은 나 한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라 함께 사는 모두를 위한 공간입니다. 나 하나의 필요를 가지고 무작정 방송하라고 요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내 안내문을 찾아보는 노력 정도는 입주민 모두가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온 지 2주일 동안 받은 민원 중에 또하나 말씀드리자면 하자 관련해서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떤 입주민은 가정 내 난방 배관이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모르냐고,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신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도 전 잘 모릅니다. 옛날 소장은 이렇게 했는데 어쩌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전 옛날 소장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고 연락두절이라 업무 인계인수도 못 받았습니다. 제발 이런 비상식적인 말들은 좀 안 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입주자대표회의에 말씀하십시오. 이런 소리 들어가며 하루에 80KM 넘게 왔다갔다 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우리 아파트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정지원 업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경비, 미화분들 역시 크게 보면 마찬가지입니다. 관리소장으로서 한 가지 더 부탁드리자면 이분들께도 따뜻한 말들 건네주셨으면 합니다. 이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아파트가 24시간 별 무리없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글 서두에 올린 게시글을 한 번만 더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전 우리 아파트가 이런 구조로 돌아가는 아파트였으면 합니다. 층간소음이나 흡연 문제는 이렇듯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해결해나가는 구조가 되어야 아름답고 모범적인 공동체 생활이 되지 않을까요?

 

 

2022.10.24.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