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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생각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모두 신 아닌 게 없다

by 내오랜꿈 2017.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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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란 닉네임을 보면서 스피노자에 대한 님의 고견을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참고로 전 *** ** ****입니다. 제가 가장 궁금한게


불교의 생노병사

기독교 천지창조

불가지론자의 : 불가지론


아인슈타인과 엘보어의 거시세계와 미시세계 등을 고민하는 1인입니다.

사람들이 신경도 안쓰는 영역을 전 좋아합니다.

제가 결론을 내린 것은 불가지론과 스피노자의 신인데 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틀 동안 젓갈과 소금에 관련된 내용으로 완고한 소금 예찬론자들의 조잡하고 어이없는 주장들에 답하는 사이에 어퍼컷처럼 갑자기 튀어나온 질문이다. 아무리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게 삶이라지만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는 솔직히 당혹스럽다. 우선, 답을 해달라는 질문인지 그냥 농으로 하는 질문인지부터가 모호하다. 진정으로 하는 질문이라면 세상에 참 대단한 분들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런 거창한 의문들을 마음에 품고, 그 답을 찾으려 노력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떤 사이트든 인터넷에서 쓰는 아이디나 닉네임은 한두 개로 통일해서 쓴다. 심지어 패스워드도 두어 개를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따로 적어두는 꼼꼼함이 없으니 잊어버리면 큰일이기에 기억용량 안에서 해결해야 하니 그렇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은 누가 선점하고 있지 않다면 거의 다 '스피노자'다. 그러다 보니 가끔식 이런 류의 뜬금없는 질문도 받게 된다.


진지한 질문이라면 과연 난 어떤 대답을 해 드릴 수 있을까? 




스피노자의 신은 한마디로 말하면 기독교 같은 종교에서 말하는, 피조물 바깥에 존재하는 전지전능한 절대자로서의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모든 사물에 내재하는 속성으로서의 신이다. 철학적으로는 범신론으로 분류된다. 신은 내 속에도 있고, 내가 키우는 개한테도 있고, 우리 집 담장 밑에 핀 국화에도 있다. 물론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신과 나와 강아지와 국화의 속성상의 공통성이라는 철학적 용어로 표현된다.


스피노자의 신은 어떤 사물이나 타인도 배척하거나 차별하거나 저주를 품거나 하는 신이 아니다. 그 어떤 유한함이나 제한도 없는, 스스로의 조화로운 법칙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긍정적 기운으로서의 신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모두 신 아닌 게 없다. 세계 3대 유일신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신들은 자신들을 믿지 않으면 차별과 배척과 저주를 내린다. 인간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신이라니, 이런 저주를 내리는 신을 믿는 인간들이라니... 나 원 참. 스피노자만 해도 이런 범신론적 주장을 했다고 해서 유대교 공동체 집단에서 쫓겨나 평생을 안경용 유리를 갈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덕분에 4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스피노자의 범신론은 엄밀히 말하면 불가지론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불가지론이 워낙에 광범위한 가지로 갈라지는 터라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을 수 있는지는 의심스러운데, 150년 전 토마스 헉슬리가 처음 불가지론이라 명명할 때는 무신론과 대비하는 차원에서 개념을 규정했다. '무신론이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불가지론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날은 불가지론을 이렇게 한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인슈타인만 해도 굳이 분류하자면 스피노자적 무신론자, 범신론적 불가지론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는데 그가 내린 결론은 "우주는 유한하나 끝(경계)은 없다"는 유명한 명제다. 만약 우주가 무한하다면 빛의 양도 무한대고 중력도 무한대가 되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유한하지만, 경계나 끝도 없고, 가장자리나 중심도 따로 없다"고 정의 내린다. 나름의 법칙과 질서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 개념이 아인슈타인의 우주 개념에 그대로 매칭됨을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에게는 우주가 신이었던 셈. 그래서 그는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신은 믿지 않지만 스피노자의 신은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스피노자와 아인슈타인은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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