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가 3년 만에 또 새끼를 낳았다. 그동안 봄이, 삼순이 감시하느라 꽤나 신경 쓴 덕분에 몇 차례 무사히 넘어갔는데, 단 한 번의 감시소홀을 틈타 새끼를 밴 것. 낳는 대로 기를 수는 없으니 새끼를 분양해야 하는데 거의 집집마다 개를 키우는 시골 동네에서 강아지 분양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놈들 가임기간만 되면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하는데도 '열 장정 도둑 하나 못 막는다'고, 기어이 사고를 친 것이다.
강아지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어미가 모유 수유를 거부하는지라 우유에 사료를 불려 먹이고 있다. 한 그릇에 줬다가는 힘 좋은 놈이 다 먹어치우기에 두부통을 이용해 각자의 밥그릇을 만들어 먹이고 있다. 개를 키워 보면 강아지 때는 주는 대로 먹는다. 배가 터지든 말든 멈출 줄을 모른다. 그래서 먹이를 조금씩 나눠주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 지켜보면서 다 먹은 놈은 먹이통에서 분리시켜 주어야 한다. 남의 밥그릇에 대가리 들이밀며 달려들기에. 먹을 때 보면 아귀 새끼가 따로 없다.
아귀 새끼처럼 먹는 것만 밝히며 집 안이 좁다고 뛰어다니는 놈들이지만 잘 때는 완전 아기 천사 모드다. 따로 자는 게 아니라 지들끼리 모여 서로의 체온에 기댄다. 날이 더운 한낮에는 가끔씩 배를 드러낸 채 하늘을 향하기도 한다. 이 상태로 머물러만 있다면야 어찌 키워 볼 수도 있겠다만 어디 그럴 리가 있으랴.
이제 태어난 지 6주차에 접어들었다. 점점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될 수 있는 대로 정을 안 주려 하는데도 밖에 나가기만 하면 줄줄이 뛰어와 매달리고 안기고 핥는다. 올망졸망 모여 나를 쳐다보는 눈을 보고 있으면 정 안 주려던 마음이 약해지기 십상이다. 수없이 '굳세어라 금순아'를 되뇌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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