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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Movie

『기사 윌리엄』 - 운명을 바꾸는 자만이 세상을 움직인다!

by 내오랜꿈 2008.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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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자만이 세상을 움직인다! 



 
 
 

프라하, 런던, 루앙을 잇는 14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가난한 지붕 수리공의 아들이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영웅이 되고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얻게된다는 내용의 『기사 윌리엄』.  결투, 사랑, 유머가 절묘하게 혼합된 현대적 영웅담 『기사 윌리엄』은 중세를 다룬 시대극이지만 영상과 음악의 절묘한 조화로 어떤 영화보다도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퀸의 「We Are The Champions」를 비롯해 에릭 클랩튼의 「Further on Up The Road」와 데이빗 보위의 「Golden Years」 등 명곡들은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어우러져 세련되고 젊은 시대극을 탄생시켰다.  기존 장르 영화의 장점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혼성 장르 영화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현대 락음악은 어떻게 결합되고 있을까?  영화초반의 마창대회장.  퀸의 「We Will Rock You」가 마창대회장에 울려퍼지면서 관람객들이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는, 시대상으로 따져보면 얼토당토 않은 씬이 관객의 흥까지 돋구는 첫 장면은,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서 말이 되는, 이 영화의 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윌리엄이 조슬린과 춤을 추는 장면. 처음에는 '겔더랜드'의 민속춤으로 명명되었던 그 춤은 점차 락음악을 배경으로 하면서 70년대의 고고로 변하고 만다.  윌리엄이 십여 년의 객지생활을 끝내고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는 씬 리지의 「Boys Are Back in Town」이 울려퍼진다.  결정적으로 관객에게 이 영화가 이런 방식의 시대착오적 결합이 유쾌함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건 역시 퀸의 노래다.  마지막 장면에서, 윌리엄이 두 번째 펼쳐진 아데마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다음 흐르는 엔딩 타이틀은 퀸의 「We Are the Champion」이다.  그 다음에 자막이 넘어가면서는 AC/DC의 「You Shook Me All Night Long」이 흐른다.  도대체 중세 기사 이야기와 퀸이나 AC/DC의 하드락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이 영화의 키이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바로 '관객'.  음악은 이야기 자체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작용한다.  이야기 자체의 감동적인 전개를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보다는 그 이야기를 구경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재구성하여 흥미를 유발하도록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뿐만 아니라 실은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는 관점 자체가 사실은 늘상 이런 식이라 할 수 있다.  그 과거의 이야기가 당대의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것이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고민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LA 컨피덴셜』의 각본가이자 『기사 윌리엄』의 감독인 브라이언 헬겔랜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시대를 초월해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얻어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등장인물들을 단지 과거에 살았던 인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살고 있는 인물로 그려내고자 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영화라면 관객이 영화의 상황, 시대, 배경에 초대되어야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의상, 고어, 옛 음악에 사로잡히게 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중세와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었다."

'중세와 현대의 경계를 허문다'는 목표는 꽤 성공적인 듯이 보이는데, 한 가지 웃기는 설정도 있다.  『기사 윌리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자 지적인 대사를 독차지하는 캐릭터는 폴 베타니가 연기한 유랑작가 제프리 초서.  알다시피 초서는 중세유럽 이야기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하는 『캔터베리 이야기』를 남긴 대문호이다.  이 『캔터베리 이야기』의 한 에피소드에 기초해 『기사 윌리엄』의 각본을 썼다는 헬겔런드 감독은 '불경하게도' 이런 대문호를 윌리엄의 '바람잡이'로 캐스팅해, 마치 권투 경기의 링 아나운서와도 동일시해 버린다.  마치 중세의 그 이야기꾼이라는 게 권투중계에 앞서 관중의 흥미를 유발해 흥분시키는 링 아나운서와 뭐가 다를 게 있냐는 투로...  아마도 초서가 이걸 봤다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지만. 

어쨌거나 감독의 말처럼 『기사 윌리엄』은 중세와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현대적 음악과 춤이라는 요소를 도입해 성공시킨 훌륭한 케이스로 기억될 수 있을 거 같다.  시대를 초월해 여러 장르에서 흥미로운 요소만 따와 배합하는 연출이, 얼핏보면 엉성한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별 무리없이 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쓰인 음악은 롤링 스톤즈의 1972년 콘서트 투어를 참고했다고 한다.

 

written date:2002 0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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