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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Music

춤 추실까요?

by 내오랜꿈 2009.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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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sa』 O.S.T., Universal

 

 
 

 
 
 

2,3년 전인가? 소리소문 없이 『쉘위 댄스:Shall We Dance?』라는 일본 영화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영화 그 자체의 붐이라기보다는 영화가 상영되고 난 뒤 '춤바람'이 불었다나고나 할까? '유비통신'에 의하면 이 영화가 상영되고 난 뒤 강남 등지에서 '사교댄스' 바람이 불어 '딴스홀'이 새롭게 각광받는가 하면, 양수리나 양평 주변의 카페에서도 라틴 '살사'음악이 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뭐 믿거나 말거나...

얼마전 국내의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댄스문화에 대해 '10대는 힙합, 20대는 테크노, 30대는 스포츠 댄스(혹은 댄스 스포츠), 40대는 지루박'이라고 단칼에 정리해준 바 있다. 그런데 다른 건 대충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치고 '스포츠 댄스'는 뭘까? 거두절미하고 말한다면 쌍쌍이 돌면서 추는 '볼륨 댄스'다. 그래도 방송이라고 건전함을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라는 용어를 붙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인 사교댄스'처럼 칙칙한 느낌이 덜한 건 사실이다.

이 스포츠 댄스의 주종을 이루는 게 바로 라틴 댄스고, 라틴 댄스 중 가장 감각적인 음악이 '살사'(salsa)다. 살사는 '뉴욕에 거주하는 쿠바와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에 의해 탄생한 음악'이라 한다. 곧 '쿠바와 푸에르토리코 등 캐러비언 음악이 미국의 빅 밴드와 만나 탄생한 음악'이라고 정의되는 게 살사의 탄생 설화인 것이다. 살사가 양념(sauce)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점도 상식. 그러니까 '맘보'나 '차차차' 이전에 쿠바 에손(el son)이라고 불리는 음악이 있었는데, 이게 수출되어 가공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셈이다. 

살사가 디스코라면, 탱고는 '부루스'쯤 될려나? 아니다. 탱고를 출 때 얼싸안고 '비벼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씽코페이션이 강하지만 살사와 달리 우아하며, 한 음 한 음 액센트를 준다는 특징은 굳이 말로 안해도 한번 들으면 다 안다. 게다가 현악기와 반도네온(아코디언 비슷한 악기)이 자아내는 멜로디는 비장하면서도 애상적이다. 살사와 마찬가지로 모두 춤출 '용기'가 없더라도 음악을 들으면서 춤출 때의 느낌을 얻기에는 제격이다. 아니면 오늘부터 목 운동과 다리 운동부터 슬슬 시작해 보거나...^^;

영화의 사운드트랙 중에서 여섯 곡은 쿠바 밴드인 시에라 마에스트라(Sierra Maestra)가 맡았다. 국제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밴드는 아니지만, '7명의 의학도가 결성한 밴드'라는 정보를 보니 이들의 살사는 매우 교과서적으로 들린다. 봉고(bongo)가 통통거리고 팀발레(timbale)가 탱탱거리고 콩가(conga)가 둥둥거리는 소리가 '양념처럼' 들어있는 왁자하고 질펀한 사운드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삼바나 메렝게 등 다른 라틴 댄스 음악과 잘 구분이 안 가는데, 그럴 때는 씽코페이션(당김음) 걸린 베이스 라인이 비틀대는 걸 확인하면 대략 살사가 틀림없다. 온힘을 다해 불어제끼는 관악기 소리라든가 (메인) 보컬과 (백킹) 보컬의 혹은 보컬과 관악기의 '주고 받기(call and response)'도 특징적이다. 

뒷 부분에는 루벤 곤잘레스(Ruben Gonzalez)를 비롯하여 '라틴 재즈'(더 정확한 명칭은 '아프로쿠반 재즈(Afro-cuban Jazz)')의 명인들의 곡이 들어 있어서 댄스 플로어에서 '실전용' 사운드트랙 뿐만 아니라 가정용 감상으로도 적합하다. 어떤 음악 평론가들은 살사 본류의 리듬을 즐기기에는 한계가 많다고들 하는데, 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에서 너무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는 법. 그런데 이런 음반이 아니고서는 사실 살사라는 음악을 음반으로 듣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산타나, 『Supermental』

 

 
 

 
 
 

현재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팝의 한 계열이 이른바 '힙합'이라는 장르다. "2 Pac"으로 대변되는 '갱스터랩' 계통의 과격한 이미지에서부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국내의 별 어중이 떠중이 '랲퍼'(?)들을 아우러는 장르가 바로 힙합이다. 이 모두는 사실 '자메이카 레게' 음악에서 파생된 것인데, '일하는 기계'로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첫발을 디뎠던 자메이카의 그 상징적 애환과 저항을 담은 음악이다. 이 '자메이카 레게'를 세계에 알린 선구자이자 영웅이었던 "밥 말리"만큼은 아니지만 7, 80년대 영미 위주로 재편된 록 씬에서 "산타나"는 비중있게 언급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넘실거리는 라틴 리듬과 블루스를 동시에 해석해낸 산타나의 연주는 69년, 그 유명한 '우드스탁'에 참가한 이래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의식있는' 락밴드들이라면 그들의 스승 목록에 올리는 걸 주저하지 않는 그런 위상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1996년, 산타나가 잠실에서 공연할 때의 이야기 한 토막. 산타나는 무대 앞에 둘러서서 경호(?)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의아스러웠는지, 아니면 흥겨운 삼바 파티에 동조하지 않는 관객들이 의아했는지, "왜 무대 앞으로 나와 춤추지 않느냐? 경찰 때문이라면 내가 책임질테니 나와서 즐기라"고 했고, S석, A석 등의 엄격한 구분에 주춤해 있던 관객들은 즉시 뛰쳐나가 맘껏 춤을 추며 즐겼다고 한다. 

이 산타나가 얼마전 발표한 『Supernatural』은 산타나의 신작이자 동료, 후배 뮤지션들이 대거 게스트로 참여한 트리뷰트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은 여전한 산타나 고유의 기타 톤을 배경으로 데이브 매튜스가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로 노래하는(마치 스팅이 부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Love Of My Life」이다. 그리고 랩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에버래스트가 「Put Your Lights on」, 자신의 메가 히트 앨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에서 기타를 연주해 준 것에 보답하는 로린 힐과 씨 로가 「Do You Like The Way」, 프리 재즈 뮤지션인 아버지 돈 체리의 몫으로 참여한 "이글아이 체리"의 이글아이 체리가 「Wishing It Was」, 와이클레프 진이 「Maria Maria」, 에릭 클랩튼이 「The Calling」에 참여했다. 산타나 역시 전성기 시절의 「Samba Party」만큼은 아니지만 흥겨운 리듬을 제공하며 동료/후배들과의 협연을 즐기고 있다.  산타나가 아니라면 그 어느 누가 이런 쟁쟁한 뮤지션들을 무보수로 한꺼번에 불러내어서 협연할 수 있을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O.S.T.

 
 
 

 
 
 

최근 라틴 문화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결정판 격인 음반이라 할 수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가로 낯익은 라이 쿠더가 쿠바에서 '발견한' 인간문화재급 음악인이다. 이들은 룸바, 맘보, 차차차, 살사 등 20세기를 풍미한 음악의 원산지 쿠바의 음악인들로, 1997년 라이 쿠더의 프로듀싱을 거쳐 나온 음반과 1998년 빔 벤더스가 만든 다큐멘터리의 세계적 성공으로 '그제서야' 스타가 된 쿠바 음악의 노장 드림팀이다. 

이번에 나온 음반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스 베스트 파이브』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통칭되는 음악인들 가운데 이브라힘 페레르, 오마라 포르투온도, 루벤 곤잘레스, 엘리아데스 오초아, 콤파이 세군도 이상 다섯 명의 '올스타 멤버'의 다섯 장 짜리 베스트 음반이다. 국제적인 감각에 맞게 손질된 라이 쿠더 편곡 음반과 달리, 이번 음반은 그 이전(1960년부터 1997년까지) 레코딩된 음원들이 가감없이 실려 있다. 그래서 가령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장소(에그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것이라도 이번 음반에 담긴 곡들은 좀더 투박하고 원형적인 질감을 갖고 있다. 

박스 세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번 음반은 지난 음반에 수록되어 인기를 끈 곡들을 비롯해 총 82곡이 담겨 있다. 손(Son) 스타일의 「Chan Chan」이 라이 쿠더 편곡 버전과 유사한 반면, 「El Cuarto De Tula(툴라의 방)」는 즉흥적인 기타와 퍼커션 연주가 물고기의 파닥거림처럼 잘 살아 있어 이 음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지난 해 드라마 『푸른 안개』에 테마 곡으로 쓰여 큰 인기를 끌었고, 그에 힘입어 모 의류 CF에도 삽입되었던 볼레로 「Veinte Anos(스무 살)」 역시 라이 쿠더 편곡 버전의 센티멘털한 어쿠스틱 기타 대신 관악기와 피아노가 주도하는데 보컬 역시 원곡의 에토스를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 냇 킹 콜의 리메이크로 잘 알려진 「Quizas, Quizas, Quizas(아마도)」는 굳이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리드미컬한 보컬이 아니라도 반가운 트랙이며, 1964년에 레코딩된 「Serenata Para Los Monos(원숭이를 위한 세레나데)」, 「Ciudad Oscura(어두운 도시)」 등은 루벤 곤잘레스의 발군의 피아노 연주가 아니라도 아프로 쿠반 재즈의 향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이상 앨범의 각 곡에 대한 설명은 앨범 자켓에 들어 있는 걸 요약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음반에는 5장의 CD에 82곡이 가득 실려 있을 뿐만 아니라 해설과 가사가 담긴 60쪽의 소책자까지 함께 묶여 있지만 가격은 거의 한 장 가격이다. 만 오천원(아마 소매점에서는 만 팔천원 정도?) 남짓에 쿠바의 이 전설적 음악인들이 일생에 걸쳐 맑은 영혼으로 빚어낸 삶의 희노애락과 사랑의 음악들에 몸을 맡겨보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구입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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