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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Culture

앤디 워홀, '돈다발'을 보려는가, '미술혁명'을 보려는가

by 내오랜꿈 2007.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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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한 미술품 경매장에서 앤디 워홀의 '자화상'이 한국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27억원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이다. 다른 이도 아닌 앤디 워홀이기에 눈이 가는 기사였다.

현대 미술에 있어 앤디 워홀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타니스제프스키는 그의 책 
(국역:<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현실문화연구)에서 앤디 워홀을 일컬어 이미지를 미술의 영역으로 승화시킨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앨비스의 부츠, 먼로의 입술 등. 이런 작업을 통해 그는 이른바  '팝아트' 라는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것.

알다시피 워홀은 매릴린 먼로라든가 앨비스 프레슬리, 앨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슈퍼스타의 이미지를 미술의 소재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병, 통조림통 같은 현대 사회의 대량생산품을 미술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실크스크린 기법을 미술에 본격적으로 활용해 작품생산을 '공장화'하려 시도했고, '작가'의 개성을 배제하고 동시대의 삶과 이미지를 아무런 논평 없이 묘사했다. 어떻게 보면, '고상하고 우아한 예술의 영역'에 위치하던 미술을 복제와 모방이 가능한 공장의 일개 생산품으로 전락시키는 '불경한' 행위이기도 했다. 이른바 고급문화, 귀족문화의 대중문화화! 

그러나 시대가 변한 걸까? 앤디 워홀을 재해석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던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재해석은 온 데 간 데 없고 돈벌이로 전락하는 그의 작품들만 남은 것 같아 보인다. 현대사회를 반추하는 거울로 비춰졌던 그의 작품들이 이제는 그가 미술작업의 수단으로 이용했던 자본의 보복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의 시대정신인 '팝아트'는 실종되고 '키치'만 남았다. 

그래서 다음의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돈다발 채운 매트리스에서 잠자며 미술혁명을 꿈꿨던 워홀의 속내를 음미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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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다발’을 보려는가, ‘미술혁명’을 보려는가
앤디 워홀 열풍 왜?

 
 
» 앤디 워홀의 66~67년작 <자화상>(오른쪽 도판)과 대표작 중 하나인 81년작 <달러 사인>. 리움에 전시중인 이 작품들은 아크릴 물감으로 붓질한 화폭과 실크스크린 판화가 결합되어 원본적 가치(오리지널리티)가 도드라져 보인다. 워홀 팝아트의 전형적 특징인 대량 복제성과 기묘한 모순을 보여준다.

20년 전 숨진 미국 거장 앤디 워홀의 팝아트가 난데없이 국내 전시장을 바람처럼 휘감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로 흉흉하던 지난 31일 오후. 협상장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 아래의 삼성미술관 리움 직원들은 다른 이유로 내내 비상 근무를 했다. 구내 기획전시실(아동교육문화센터)에 차려진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의 회고전 ‘앤디 워홀 팩토리’(6월10일까지·(02)2014-6901)에 2004년 개관 이래 최대 관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워홀의 고향인 미국 피츠버그 앤디 워홀 미술관의 소장품 200여점이 나온 전시를 보러 이 날 입장객만 4000명을 넘겼다. 그의 대작 자화상과 유명한 마오쩌뚱, 마릴린 먼로 실크스크린 판화, 수소가스 넣은 은색 풍선 방 등 곳곳이 작품보고 사진찍는 이들로 바글바글하다. 3월부터 예약제를 폐지한 탓도 있지만, 평일도 1000명 이상 찾는다. 주관객도 20대 중심의 일반인들이 훨씬 많다. 현장 관리자는 “그 전엔 많아도 주말 1000명 미만이었다”며 “10만명 이상 돌파는 무난할 것 같다”고 전했다. 

7곳이나 이례적 잇단전시·리움 개관 이래 최대 관객
시류맞는 다시읽기 평가 속 ‘블루칩’ 돈벌이 인식 우려
 

워홀의 전시는 지난해 9월 서울 크리스티 한국사무소에서 대표작 판화 ‘오렌지 마릴린’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10~1월 서울 인사동 쌈지길의 ‘깨어나라 워홀’전, 12~1월 서울대 미술관의 ‘앤디워홀 그래픽’전, 지난달 3~18일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 갤러리 H의 워홀전이 잇따랐다. 지금도 가장 큰 리움의 기획전 외에 서울 신사동 에스파스솔의 워홀 판화전(15일까지)과 대구 리안 갤러리의 워홀전(5월6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무려 7개 전시장이 한 작가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부터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국과는 별 인연이 없었던 워홀(숨질 당시 병원 담당 간호사가 한국계였다고 한다)을 국내 전시장들이 이토록 뜨겁게 기억하려 애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술판에서는 첫째 이유로 소비문화를 본질 삼았던 워홀 팝아트가 지금 시류에 다시 읽기에 딱 맞는다는 점을 꼽는다. 리움의 이준 부관장은 “전시가 겹치는 건 정말 우연의 일치”라면서 “최근 일상 대중문화를 전면적인 소재로 쓰는 네오팝 포스트팝이 유행한다는 측면에서 20주기를 맞은 워홀 팝아트가 기획자들의 취향과 공통적으로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작품 자체가 20년 전의 것인데도 요즘 뜨는 미술시장의 유사 팝 트렌드에 딱 맞다는 역설이다. 살아서도 철저히 돈을 밝히고 가식적인 기행에 탐닉했던 그의 사업가적인 태도는 새로운 아방가르드의 신화로 바뀌었다. 

게다가 그의 작품은 지금 미술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우량주다. 전세계 경매사 가격동향을 조사 분석하는 아트프라이스 닷컴의 공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워홀은 세계 경매시장에서 피카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억9천여만 달러의 거래 총액을 기록했고, 지난해 선보인 대표작 <오렌지 마릴린>은 11월 뉴욕경매에서 1630만달러, 다른 대표작 <마오>는 50년대 이후 현대미술품으로는 가장 비싼 1740만달러에 낙찰되었다. 리움 전시를 전후해 상업화랑들의 약삭빠른 판매전이 끼어든 것은 이런 맥락으로 비친다. 

아쉬운 것은 보기드문 앤디워홀 열기가 팝아트의 본질을 비껴간 채 돈벌이용 키치로만 해석하는 태도를 대개 보인다는 점이다. 미술을 개념으로 인식한 뒤샹에 이어 소비문화를 미술적 맥락에서 전폭 수용한 그의 업적은 갈수록 미술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미술관과 리움을 제외한 다른 국내 전시들은 패션, 아트상품이나 고가 컬렉션 판매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벗지 못한다. 리움 기획전의 경우 판화 위에 작가본인의 붓질이나 필적 등이 들어간 수공적 작업이 많아 전시의 격은 월등하지만, 2000년대 워홀 팝아트 세계를 재해석하는 식견이 묻어나오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돈다발 채운 매트리스에서 잠자며 미술혁명을 꿈꿨던 워홀의 속내를 음미하기란 쉽지 않다. 

노형석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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