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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여행

어느 봄날, 구례 화엄사

by 내오랜꿈 2016.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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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지리산 일대를 돌아다녔다. 화엄사를 돌아보고 성삼재에 올랐다. 아직 잔설들이 응달진 산자락은 물론 도로변 곳곳에도 남아 있다. 노고단도 여전하고, 지리산도 여전하고, 한화콘도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선 화엄사의 문화재 관람료(1인당 3,500원) 징수도 여전하고, 성삼재 오르는 861번 지방도를 막아 놓고 문화재 관람료(1인당 1,600원)를 징수하는 천은사의 횡포도 여전하다. 법원으로부터 도로를 막아서 징수하는 것은 불법이니 천은사 입구에서 받든지 하라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자기네 땅이 일부 들어 있다고 주장하며 막무가내로 이러고 있다. 그렇게 엄정한 법 집행 강조하며 교도소 영치금까지 압류하는 것들이 이런 조폭스러운 행태는 왜 단속도 않고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화엄사 보제루

▲ 화엄사 각황전

▲ 화엄사 적멸보궁 오르는 길


오랜 만에 들른 화엄사 경내. 본격적인 상춘철이 아님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봄볕 속에서 느릿한 발걸음들을 옮기고 있다. 보제루를 지나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면 대웅전보다 왼편의 각황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엄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각황전 옆으로 난 적멸보궁 오르는 길을 찾으니 바리케이드로 막아놓았다. 사사자삼층석탑과 그 주변의 보수공사 때문이란다. 화엄사에 와서 적멸보궁에 올라가 보지 못 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 화엄사 대웅전

▲ 구층암 가는 길

▲ 화엄사 구층암


아쉬운 마음에 대웅전을 돌아보고 대웅전 뒤편의 한적한 길을 따라 구층암에 들렀다. 느긋하게 걸어도 10분이면 충분하다. 구층암에 왔으면 여유있게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야 하는데 눈인사만 건넨 뒤 서둘러 내려온다. 산에 올랐다 다리가 아프다며 절 입구에서 기다리는 일행들이 있는 까닭이다.



▲ 화엄사 계곡

▲ 화엄사 일주문에서 입구까지의 산책로. 자라던 나무를 베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화엄사에서 숙소로 내려오는 길. 계곡의 물소리가 마치 여름날 같이 우렁차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은 뒤 나선 산책길. 가볍게 입고 나섰는데도 그렇게 찬 기운을 못 느낄 정도로 선선하고 상큼한 공기가 얼굴에 부딪친다. 지리산 계곡의 밤 기운이 이 정도인 걸 보면 확실히 봄이다. 화엄사 들어가는 아스팔트길 옆으로 난 산책로가 언제 걸어도 좋은 건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함을 더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기존에 자라고 있던 나무를 베지 않고 그대로 살려둔 것이다. 나무에 부딪치지 않으려면 수시로 요리조리 피해다녀야 할 정도다.


가로등의 역할이 차를 위한 게 아니라 어두운 밤 산책하는 사람들이 나무에 부딪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치된 것 같아 보이는, 내가 아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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