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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전국의 고속도로가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넘치는 모양이다. 윗쪽 지방이야 지금이 절정이겠지만 남쪽 지방은 매화꽃은 물론 벚꽃도 진 지 오래다. 이팝나무 꽃이 조금씩 피어나긴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철쭉도 꽃 몽우리가 맺히고 있는 정도다. 그래서인지 섬진강을 끼고 뻗어 있는 19번 도로나 861번 도로가 한산하게 느껴진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차들로 미어터졌던 길이다. 꽃을 찾아 길을 떠나는 꿀벌을 닮아선가, 꽃이 진 자리는 휑한 느낌이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활짝 핀 꽃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오래된 친구도 있고, 그리운 맛도 있다.
꽃이 진 자리에는 다른 꽃이 피기도 하지만 꽃보다 더 예쁜 푸르름이 피어나고 있다. 불그스레한 푸르름. 이 빛깔 역시 꼭 이맘때만 볼 수 있다. 꽃이 진 자리에 새순이 돋을 때의 빛깔. 조금만 지나면 초록색 일색으로 변한다. 왜 사람들은 꽃만 예쁘다고 할까? 하동 십리 벚꽃터널길 밑에서 이 빛깔을 올려다 보면 눈만 즐거운 게 아니라 마음마저 즐겁다.
하동 평사리 동정호 정원길이 초록으로 변해가고 있다. 카메라 렌즈의 한계로 그 찬연한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꽃이 진 자리에서 굵어가는 매실과 피어나는 잎들.
이 파릇파릇한 새로움에 오래된 인연과 그리운 맛이 더해졌다. 만난 지 30년이 넘은 친구들과 어릴 때부터 맛 보았던 막걸리, 공장이 아니라 누룩으로 손수 빚어낸 막걸리. 달리 무얼 더하거나 뺄 것도 없는, 꽃보다 예쁜, 아름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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