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 사흘 내내 집에 틀어박혀 지내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은지라 당일치기로 통영엘 다녀왔다. 갑자기 전화를 해 온 친구의 제안에 응한 것이긴 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몇 번 들렀던 곳인데, 시골에 들어온 뒤로는 한 번도 가질 못 했다. 그 사이 통영은 자주 뉴스에 등장하는 곳이 되었다. 통영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지만 슬로시티 사업의 모범으로 꼽히는 동피랑 벽화마을 때문이다.
▲ 동피랑마을 올라가는 길바닥에 쓰여진 글귀. '마음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
▲ 마을 꼭대기에 위치한 동포루 올라가기 전에 만나는 벽화들
통영 여행에서 누구나 한 번 쯤은 들른다는 동피랑 벽화마을. 2007년, 재개발 계획으로 철거될 뻔했던 곳인데 우여곡절 끝에 벽화마을로 재탄생된 곳이다. '피랑'은 비탈을 뜻하는 통영 지역의 사투리라고 한다. 따라서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탈이란 뜻일 텐데 여기서 동쪽이란 통제영성의 동쪽이란 말이다. 통영이란 지명 역시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통제영성에서 유래한다. 한때 정치적 목적으로 '충무'라 불리기도 했지만 이 이름에 대한 통영 사람들의 반감은 상당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1995년 시군통폐합에 따른 행정구역 개편 때 통영군과 합치면서 본래의 이름인 통영시로 환원되었다. 보통 시군통폐합의 경우 서로 이름이 다를 때는 시의 명칭을 따르는 게 일반적인데 통영의 경우는 시(충무)가 아니라 군(통영)의 행정명을 따른 것이다. 그만큼 통영 사람들의 통영이란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동포루에서 바라본 통영항
동피랑 벽화마을은 2년마다 새 옷을 갈아입는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동피랑담벼락그림공모전'을 열어 예술가들의 작품을 재능기부 받는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통영을 간다면 새로운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셈이다.
▲ 동포루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벽화들.
동피랑 벽화마을은 곳곳에 산재한 쉼터에서 차 한 잔 하면서 천천히 둘러 보면 한두 시간, 빠르게 둘러 보면 30분 정도 걸린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언론이나 SNS에서 워낙 많이 노출되다 보니 괜한 상상력을 동원했던 모양이다. 규모로만 따진다면야 부산 감천동이나 인천 송월동 벽화마을이 훨씬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이곳 동피랑 벽화마을은 다른 곳에는 없는 게 있다. 이곳의 마을 주민 모두가 가입하여 운영되고 있는 동피랑생활협동조합. 기념품 가게 등을 운영하면서 수익금으로 전기료, 수도료 같은 비용을 충당한다고 하는데 쉼 없는 관광객들의 발길에 매일매일을 소란스러움과 함께하는 이곳 주민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개조심'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개조심 푯말.
▲ 동피랑마을 입구의 어느 카페에 붙은 사랑의 징표들. 이 많은 사랑의 다짐들은 다 이루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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