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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Music

나윤선, 그녀의 향기는 진하다

by 내오랜꿈 2007.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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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윤선을 자주 접하게 된다. TV,라디오,신문 등지에서. 그녀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윤선 열풍'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어쨌던 그녀는 이제 '한국 재즈의 대중화'라는 아이콘을 선점한 것 같아 보인다. 뭐 나쁠 것 없는 현상이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재즈는 뭔가 고상하고 우아하고 '교양있는 넘들'의 전유물 비슷하게 인식되어져 온 느낌이 없지 않으니까. 

물론 반대편의 평가도 가능할 것 같다. 이걸 재즈 음악이라고 할 수 있냐, 너무 눈높이를 낮춘 거 아냐, 얘 요즘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어졌냐, 등등. 사실 작년부터인가 TV 오락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가수들, 특히나 락가수들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도 "저 자식 요즘 먹고 살기 힘드나, 왜 저런 생쇼를 다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으니까(그런데 그게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 락가수가 살아남는 방법이란다..-.-..). 

어쨌거나 그녀의 목소리는 쇳소리 같은 차가움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나른하고 아련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음란서생>에서의 오달수의 표현을 빌자면, 어딘가 모르게 '진맛'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하나? 

정통 재즈마니아들에게 나윤선의 이러한 변화 아닌 변화는 그렇게 호의적일 수만은 없겠지만 나 같은 얼치기들에게야 낮은 곳으로 포복하는 그녀의 시도가 좋기만 하다. 천상에서 아무리 유아독존한들 알아주는 세상이 아니질 않는가. EBS 채널 <스페이스 공감>에서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난 왜 <지하철 1호선>에 그녀가 나왔다는 걸 모르고 있었을까? 흐르는 곡은 <오래된 정원> O.S.T. 음반에 나온 '사노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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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 “늘 노래 불렀지만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해
팝앨범 ‘메모리 레인’ 낸 재즈 보컬 나윤선

글 김일주 기자 사진 김경호 기자 
출처 : <한겨레> 2007년 0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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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보컬 나윤선.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13년 전 처음으로 섰던 무대에서부터 나윤선(38)은 그랬다. “〈지하철 1호선〉 주인공이었는데, 전 거의 아무것도 안 하고 노래만 불렀어요. 설경구씨나 방은진씨는 일인다역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죠.”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연기도 못하고 춤도 못추는” 모습으로, 더군다나 “남 앞에 나서는 걸 정말 싫어하는” 모습 그대로 뮤지컬 주인공이 됐다. 첫 무대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최근 음반 〈메모리 레인〉으로 다시 팬들 곁으로 다가온 그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중간중간 그는 몇차례나 조곤조곤한 말투로 “내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되뇌었다. 이런 그가 무대 위에서 신들린 듯 ‘스캣’(아무 뜻 없는 말로 노래부르는 것)으로 프랑스와 한국의 재즈 팬들을 휘어잡는 가수란 게 놀라울 정도다. “학창시절 반에서 ‘누구 노래할래’ 하면 항상 ‘노래 시킴을 당하는’ 아이였어요. 노래 부르면서 많이 적극적인 편이 됐지만 늘 자신없고 떨리고 절망하고 그래요. 유명한 뮤지션 공연을 본 날은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음악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죠.” 

» 재즈 보컬 나윤선.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남 앞에 나서는 것 싫어해
27살에야 스스로 음악의 길 찾아
늘 자신없고 떨리고 절망하고…
재즈가 ‘사람들과 만남’ 주선해줘
 

나윤선에게 음악은 운명이다. 그는 성악가인 나영수 한양대 음대 교수, 그리고 뮤지컬 1세대인 성악가 김미정씨의 딸로 부모에게서 아름다운 목소리와 음악적 ‘끼’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직업으로 음악을 하는 것의 어려움을 보았던 탓에 음악을 업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주변에선 집요하게 노래를 시켰다. 심지어 입사 면접 때에도 면접관들이 노래를 시켰고, 합격해 회사를 다닐 때도 노래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적성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자 이번엔 주변에서 “지하철 1호선의 오디션을 보라”고 ‘압박’해왔다. 대학교 1학년 때 장난스럽게 만들었던 데모 테이프를 보냈는데, 바로 합격해 〈지하철1호선〉 무대에 섰다. 얼떨결에 그해에만 뮤지컬을 세 편을 하고 난 뒤, “이제는 노래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5년, 스물일곱살에 이번에는 누구에게도 떠밀리지 않고 음악을 찾아 스스로 프랑스 재즈학교에 입학했다. 공부하면서 할 수 있는 음악이 재즈였고, 샹송에 대한 관심을 채울 수 있는 곳이 프랑스였다. 동시에 학교 네 곳을 다니며 공부에 빠졌다. “너무너무 못해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면서 무작정 배웠어요.” 스탠더드 재즈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목소리가 고민이었다. “죽었다 깨도 흑인들의 스윙감이 안 생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저처럼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하는 유럽쪽 재즈 보컬을 들려주셨어요.” 마침내 그는 자기 음색에 맞는 옷을 찾았다.

프랑스에서 정식 가수로 나섰지만 사람들 앞에 서기 싫어하는 성격은 여전했다. 그러나 재즈가 그 문제를 해결해줬다. 재즈는 ‘만남’이었고, 만남이 답을 준 것이다. 여러 재즈 콩쿠르에서 상을 탄 그에게 유명 뮤지션들은 함께 연주하자며 먼저 다가왔다. 그 덕분에 다섯장의 음반을 낼 수 있었고, 그 음반들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윤선이란 뮤지션은 자기 자리를 얻었다.

이번 음반에서 선보이는 ‘팝 음악’은 어떤 것일까? 조동익, 김광민, 하림 등의 국내 뮤지션과 덴마크 출신 피아니스트 닐스 란 도키, 일본 피아니스트 사토 마사히코 등의 곡이 담겨 있다. 정형에서 벗어나 독특한 느낌을 주는 나윤선식 팝이다. “재즈는 늘 뭔가에서 벗어나있는 음악이죠. 내 느낌을 갖고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그런 그의 ‘느낌’을 사람들이 따라가게 만드는 나윤선의 힘, 그 힘을 이번 팝음반에서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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