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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가을 당근 파종 그리고 배추모종용 상토 만들기

by 내오랜꿈 2015.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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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군다나 이곳 남도지방은 보름 넘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중부지방의 가뭄 소식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했는데 폭염 속의 가뭄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고추, 토마토 같은 텃밭 작물은 어차피 처음부터 물을 주지 않고 키웠기에 알아서 버티고 있는데 텃밭화분에서 키우는 쌈채소나 파프리카가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하루 걸러 한 번씩 물을 뿌리고는 있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하랴. 이 정도로 자라준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거 같다.


날은 덥지만 벌써 입추가 지났다. 가을 당근 파종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당근은 발아한 뒤 100일, 요즘 같은 여름 기온에는 파종한 다음 7일에서 10일이면 모두 발아한다고 보면 파종한 뒤 110일 정도가 수확적기다. 당근은 파종기의 온도에 따라 발아 편차가 심한 작물이다. 이론적으로 당근의 발아가능온도는 4~30℃ 범위이나 4~10℃에서는 발아하는데 15~30일 정도까지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당근은 수확적기를 판단하는데 있어 보통의 작물처럼 파종 뒤 며칠이 아니라 발아 뒤 며칠이라는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다.





발아 뒤 100일이라고 하면 지금 파종할 경우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수확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중부 내륙지방의 경우는 한참 전에 파종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영하의 날씨에 수확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곳에 따라서는 7월 중순에 당근 파종한다는 이야기가 빈말이 아니다. 김장무 수확을 기준으로 한다면 무의 경우 대부분 파종 뒤 70~80일이면 수확하니까 김장무보다 2~30일 정도 일찍 파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굳이 왜 발아 뒤 100일을 수확적기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당근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채소 중에서 베타카로틴 함유량이 가장 높은 작물이다. 농진청에서 발간한 "표준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생당근 100g당 18.3mg의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베타카로틴은 토마토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라이코펜과 더불어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카로티노이드계 색소의 대표적 물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베타카로틴은 항암, 노화 억제, 항산화 효과가 높다고 한다. 


현대의 작물생리학은 이 베타카로틴의 생성을 당근의 생육단계별로 나눠 검증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카로틴의 생성은 온도를 기준으로 보면 16~21℃에서 가장 잘 생성되고, 12℃ 이하에서는 생성의 장해를 받고, 7℃ 이하에서는 생성되지 않는다고 한다. 당근의 경우 뿌리형성기는 발아 뒤 20~40일, 뿌리비대기는 40~100일경인데 당근 뿌리의 카로틴 착색이 피크가 되는 시기는 70~100일경이다. 이 기간 뒤에는 뿌리가 더 굵어지거나 카로틴 착색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당근의 수확적기는 발아 뒤 100일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 물론 조건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감될 수 있을 것이다.




당근 파종하면서 김장배추 파종용 상토도 만들었다. 파종용 상토는 종묘사에서 만든 원예용 상토를 구입해서 쓰고 있는데 발아는 문제 없으나 양배추나 가지과 작물 같이 육묘 기간이 긴 작물의 경우에는 영양분이 부족해 모종을 키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 종묘사 같은 경우는 모종을 키우면서 요소 비료를 물에 녹여 뿌리는 모양인데 나 같이 물만 주는 경우에는 육묘 후반기가 되면 상토의 영양분 부족으로 모종의 뿌리 상태가 부실해진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산에서 긁어 온 부엽토에 원두커피 내리고 남은 건더기와 계란 껍질 부순 것을 혼합해서 한 열흘 정도 부숙시킨 뒤에 사용하기로 했다. 올 김장배추 모종은 이렇게 직접 만든 상토와 원예용 상토에 나눠서 파종해 자라는 모습을 비교해 보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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