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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3월 어느 날의 봄볕처럼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다.
연말 연초를 고추장 만드느라 엿기름물 내리고 달이며 보내고 있다. 봄날 같은 따스함에 장작불 열기까지 더해지니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 훔치기 바쁘다. 하얗게 핀 비파나무 꽃에 꿀 따러 온 벌까지 하루 종일 윙윙거린다. 누가 이 날씨를 겨울이라 하랴.
고추장 담그는데 쓸 물인지라 수돗물 못 미더워 약숫물 뜨러 가는 길. 해안도로 한편에 동백나무 묘목이 가지런히 꽃을 피웠다. 품종에 따라서는 일찍 피는 동백꽃도 있다 하나 이 나무들은 이십여 일 전부터 피어 있었다. 동백꽃은 3월이 절정이라 알고 있거늘, 12월에 피는 동백꽃은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약수터 담벼락에 기대선 동백나무는 벌써 꽃이 지려 한다. 이곳에서 3월 동백꽃은 이제 점점 더 옛말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어느 집 담장을 따라 붉게 수놓은 피라칸타 열매만이 지금이 겨울임을 알리는 표지 노릇을 한다. 피라칸타 열매는 11월부터 붉게 익기 시작해 12월, 1월에 절정을 이루니까.
이 글 보시는 분들,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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