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무비료 재배(탈유기농업, 새로운 농업의 제안)를 큰 제목으로 달고 있는 일본의 홈페이지( http://www.h3.dion.ne.jp/~muhi/ ) 내용을 부분발췌해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유기농업 정말 안전한가”라는 이 홈페이지의 문제제기는 오늘날 식료안전성 문제를 유기농업으로 여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도전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홈페이지에서 제기하고 있는 내용은 최근 유기농업을 포함한 농업전체에 걸쳐 제기되고 있는 식료안전성, 농업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홈페이지 첫 머리에서 무비료재배는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무비료 재배는 화학비료나 농약은 물론 유기비료(축산퇴비, 깻묵 등을 포함)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흙 자체의 위력을 살려 작물을 재배하는 농법이다.”
이 홈페이지는 일본에서 무비료재배를 시작한 생산자 소개 및 이들의 경험담을 소개하고 있다. 성공사례 뿐만 아니라 실패사례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 참 진솔하게 보인다. 더불어 무비료재배 관련 연구자료, 데이터, 이론, 기술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현재의 홈페이지 상에서 아직 미공개 혹은 정리 중에 있는 자료들도 다수 있다.
홈페이지에 실린 연구자료의 목차
1. 왜 무비료재배인가? - 안전한 농산물을 먹고 싶다 - 정말로 안전한가? 유기농산물 ․ 질산성 질소 ․ 축분퇴비의 위험성 ․ 축분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유기농산물 ․ 유기농법(유기JAS법)에서 인정되는 농약 ․ 화학물질과민증인 사람이 말하는 진정한 야채 -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 ․ 유기비료, 퇴비의 자급율을 생각한다
2. 비공개
3. 일일관찰에서 -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 - 비료와 병충해의 관계 - 해가되는 것은 넣지 않는 무비료 재배 - 정화작용 (일례로 아토피성 피부염과 작물의 병간 관계) ․ 아토피성 피부염 ․ 열매는 우리 아이도... ․ 작물의 병해와의 관계 - 정화력
4. 무비료재배의 원리 - 비료 미신 - 최소 양분률로부터 최소 환경률로 - 자연이 가르쳐 준 일 - 지구는 호흡한다 - 지구의 목숨... 모든 목숨은 하나 - 수확량과 경제성에 대해
5. 자연력 사례로서 - 밭농사편: 거름독 층 발견 - 거름독의 해소(청정 순수화) - 심경시 주의사항 - 흙의 진화와 작물의 종류 - 논농사편: 논에서의 거름독 정화 - 좋은 흙, 좋은 밭 - 좋은 흙이라고 하는 것은 없다...(준비중)
6. 유기비료는 무섭다? - 화학비교와 유기비료의 차이 - 유기농법 - 서양약과 한방약의 차이 - 유기야채는 맛이 좋다고 하는 트릭 - 미생물의 견해(준비중) ․ 발효형 미생물(특히 미생물자재)의 무서움 ․ 먹이연쇄가 시작되어...질소 고정균 ․ 다이옥신을 분해하는 유산균
7. 독을 갖는 생물종...자가 채취로 - 생물종의 거름독 현상 - 고정종과 F1품종 ․ 고정종과 F1품종, 잇점과 단점 ․ 품종개량과 육종 ․ 육종의 역사 - 내병성 품종(준비중) - 다거름성 품종과 소거름성 품종(준비중)
8. 식물의 마음 - 선인장이 첩 - 인간의 마음에 반응하는 식물 - 식물의 PSI월드를 연구한 사람들
본 장에 우리말로 옮겨 온 자료는 특히 “1. 왜 무비료재배인가?, 4. 무비료재배의 원리”를 중심으로 하였다. 지면 관계 등을 고려해 3회에 걸쳐 우리말로 소개하고자 한다. |
1편: 왜 무비료 재배인가? 무비료 재배의 원리
1. 왜 무비료 재배인가?
공업화, 도시화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이 깨끗한 환경,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그리고 아리요시(有吉 佐和子)의 『복합오염』. 1979년 출판된 이 두 권의 책은 농업, 농촌에서 농지오염, 인체오염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면서 일본에서 유기농업 붐을 가져왔다. 이미 그 이전 1950년 전후 시기 오카다모키치가 자연농법, 무비료 재배를 제창한 바 있으나 그의 뜻을 계승한 많은 이들이 유기농법을 발전시키면서 현재 자연농법 계승자는 아주 적다. 최근 들어 유기농업은 점차 활성화되어 지자체에서도 지원사업이 늘고 있고 국가차원에서도 유기JAS법을 정해 보급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이 정말로 안전한가? 일본에서 유기농산물은 2년 이상 화학적으로 합성된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된 농산물을 일컫는다. 유기농산물은 농약 걱정이 없다는 점에서 안심할 만하지만, 질산성 질소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질산성 질소는 식물생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필요 이상 과잉되면 식물체내에 축적되어 이를 먹는 사람이나 동물 인체에 해를 미친다. 질소는 미분해 유기물이기 때문에 각종 미생물에 의해 암모니아성 질소(NH3-H), 질산성 질소(NO3-H)로 바뀐 상태로 식물에 흡수, 식물 생장을 돕는다. 하지만 토양내 질소 농도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 농도장해에 의해 식물체로의 질소 이행이 촉진되고 식물체내 질산성 질소가 과잉 축적되게 된다. 질산(HNO3)은 무해하지만 동물 체내로 들어오면 환원작용에 의해 유해한 아질산(NO2-)으로 변화한다. 아질산성 질소(NO2-N)는 혈액중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혈액의 정상적 기능이 상실되고 산소결핍상태가 일어난다. 미국에서 신생아 돌연사의 원인이 된 블루베이비 증후군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아질산은 체내 아민(NH3+)과 결합하면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사민(Nitrosamine)을 생성한다.
이러한 질산성 질소의 피해는 관행농법뿐만 아니라 유기농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오히려 화학비료가 정확한 시비설계에 따라 관리 가능한 측면이 있는 반면, 유기질 퇴비의 경우 정확한 시비 설계가 어려워 과잉 투입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미숙상태의 축산분뇨에는 상당히 많은 암모니아성 질소가 포함되어 식물체내에 질산성 질소 과잉축적이 일어나기 쉽다. 채소의 경우 먹었을 때 씁쓸한 맛이 날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대체로 야채 내 질산성 질소의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높다. 토양 내 과잉질소로 인한 지하수 오염, 하천의 부영양화 등의 환경오염문제는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농산물 오염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2. 무비료 재배의 가능성
안전한 농산물을 먹으려는 소비자층도 나날이 늘어 '외관보다는 맛과 안전'이라는 소비층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농가와 소비자 단체가 연계가 강화되면서 무농약 재배농가를 지원하는 소비자단체도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농산물의 규격이나 형태가 문제시되지 않는다. 다소 못생기고 벌레 먹거나 상처 난 자국이 있어도 소비자들이 용인하기 때문이다. 먹거리 안전을 위해 농산물의 외형은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고 맛있으면서 더불어 모양도 좋고 충해도 없으면 소비자들의 만족감은 더욱 클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이 완전히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비료 무농약 재배는 이를 위한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무비료 재배를 계속하면 병충해가 점차 줄어들어 식품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형질과 맛,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무비료 무농약 야채는
- 몸에 안전하다
- 맛있다
- 외형적으로 보기 좋다
- 병충해, 풍수해에 강하다
- 생산수량이 안정적이다
- 환경오염이 없다(지하수오염 등)
3. 무비료 재배의 원리
무비료 재배는 유기농법이나 관행농법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시작한다. 숲이나 강변, 자연에서는 예전부터 비료가 없이도 식물들은 훌륭히 성장한다. 예를 들어 화산재로 덮였던 대지에서 초목이 자라거나 암벽 틈새에 소나무가 당당히 서있는 일을 우리는 종종 본다. 전자의 경우 식물뿌리 끝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암석을 용해하는 미량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어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화산재나 암벽에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연생태계에서는 비료 없이 식물이 자라는 일이 당연한 데 사람은 왜 인위적으로 비료를 투입하지 않으면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하는가.
흙에 비료를 넣지 않고도 식물이 자랄 것인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검토해보자. 처음부터 식물과 동물은 완전히 다른 생물이었다. 식물은 사는 장소를 이동할 수 없지만 동물은 자유롭게 음식을 찾아다닐 수 있다. 대신 식물은 독립영양생물로서 스스로 사는 장소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 즉 '영양을 얻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작물을 재배함에 있어 식물을 동물과 같이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까?
작물을 재배하여 상당 부분 인간이 거둬들이기 때문에 점차 토지는 빈약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비료를 투입하는 농법이 시작된 발상의 근간이었다. 그렇다면 무비료 재배는 사람이 수확해가는 양 이상으로 농작물이 생장에 필요한 영양을 축적해 갈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울러 토양미생물이 식물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면 될 것이다.
실제 식물은 성장을 위해 흙으로부터 양분을 단순히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이와 더불어 흙에 여러 가지 형태로 영양분을 환원하면서 그 자리에 있는 흙을 비옥하게 한다. 식물 스스로 자신이 자랄 흙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식물은 광합성 산물로 스스로 잎을 키우고 열매를 맺고 뿌리를 뻗는다. 뿌리로 간 광합성 산물은 뿌리세포의 성장과 호흡에 사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뿌리 표피세포인 점액질 형태의 뮤신이라는 단백질로 재합성되어 흙으로 떨어져 나간다. 동시에 뿌리에서 고사된 세포들은 땅 속으로 떨어져 나간다. 이처럼 식물뿌리에서 흙으로 배출되는 유기물의 총량은 식물 전체 탄소동화량의 30%에 달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뿌리표피세포의 뮤신은 C/N비가 높아 질소고정균이나 뿌리균의 활동을 촉진시킨다. 떨어져 나온 세포들은 반대로 C/N비가 낮아 단백질 분해 미생물이 뿌리권을 둘러싸고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의 암모니아가 생성되고 이는 식물의 뿌리에 재흡수 된다. 특히 수확과 관련 없는 뿌리는 흙 속에 그대로 남는다. 이는 식물자신이 다음 세대에 남긴 위대한 자원이다. 이는 다음 경작까지 점차 분해되면서 양질의 지력 질소로 변해간다.
이처럼 식물은 스스로가 생장하기 위해 주위의 흙과 미생물을 풍부하게 만들어 그곳에서 스스로가 성장할 양식을 얻는다. 자신이 만든 땅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자작자연(自作自演)'의 경우라 일컬을 만하다. 본래 자연생태계는 흙과 식물간 지속적으로 에너지 밸런스가 유지되는 구조이다. 이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삼림을 봐도 알 수 있다. 숲에서 나뭇잎이 떨어져 그것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면 이를 다시 나무가 흡수하여 스스로 성장하는 자기완결적인 질소순환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무비료 재배는 이러한 자연의 완결적 순환구조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4. 계속되는 자연농법 실험
무비료 무농약 재배의 성공사례가 일본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무비료 재배가 가능한 과학적 원리, 무비료 재배로의 전환 기술 등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계속적인 생산자들의 경험 공유와 새로운 과학적 원리 탐구 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본 사이트는 계속되는 무비료 재배의 실험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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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축분퇴비의 위험성 및 처리방법, 유기비료의 지속불가능성(종의 거름독 현상, 유기비료의 수입의존성)
1. 축분퇴비의 위험성 및 처리방법
1.1 축분퇴비의 위험성
미완숙 퇴비를 투입할 경우 질소가 과잉될 위험이 있다. 비록 이것이 완숙퇴비라 할지라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남는다.
염류장해 : 축분에는 다량의 염분이 포함되어 있다. 소량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축분 시비로 토양 내 염분함량이 축적되어 잔류염소로 인한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
약독 : 가축사육기간 동안 투여하는 각종의 항생제는 가축 분뇨를 통해 배설된다. 지속적인 다량의 항생제 투여로 인해 내성균이 점차 증식하게 되고 이는 고기나 농산물 형태로 인간에게 전해진다. 내성균으로 인한 원내감염의 일종인 MRSA로 인해 연간 2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또한 동물 체내에 들어간 각종 약제는 체내에서 복합적 반응을 일으켜 발암성물질을 형성할 수도 있다.
잡초종자 : 퇴비 발효 시 고온상태에서 발효되면 사료 내 잡초종자는 사멸하지만 발효온도가 낮은 경우에는 잡초 종자가 산 상태로 남아있다가 토양에 안착하면서 다시 번식하게 된다. 가축사료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사료 내 잔존하던 외국의 잡초종자가 축분을 통해 국내 자연생태계로 유입되면서 무질서하게 번식해나갈 위험성이 있다.
1.2 축분퇴비 처리방법
우선 일본에서 대규모 축산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자체에 문제제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브라질, 호주, 미국 등 세계 대표적인 축산 국가에는 광대한 목초지가 있어 소 한 마리의 사육을 위해 약 1ha의 목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분한 목초지가 확보된다면 축산분뇨처리 문제는 미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소들은 평생 작은 축사 속에서 길러진다. 소 한 마리당 평균 0.5평 정도의 면적에서 자란다. 충분히 운동을 하지도 못한 채 사료를 대량으로 섭취하게 되어 비만이 되는 일도 당연한 사태다. 사육환경은 열악하고 운동량은 부족한 상태에서 가축들 다리까지 쌓이는 분뇨 사이에서 대량의 항생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일지 모른다. 최근 발효미생물을 활용한 축사 환경 정화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좁은 축사에서 이뤄지는 생육은 본래 모습은 아니다. 이러한 축산 실태는 일본 홋카이도 등지에서 나지 않는 파인애플을 온실재배하려고 하는 모습과 같다. 광대한 방목지가 있는 홋카이도나 아소 등지는 예외이지만 대부분의 일본지역 축산업은 규모를 줄여야 한다.
축산업 과잉으로 초래된 과다한 분뇨들을 농지에서 처리하겠다는 발상이 제악의 근원이다. 축산업 규모를 줄인다면 적정규모의 축산분뇨를 처리할 기술은 이미 확립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매스 개발이다. 축산분뇨를 발효시켜 거기서 메탄가스 등을 생산,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발효시킨 분뇨의 찌꺼기는 고형 연료화하여 최종 처리할 수 있다.
2. 유기비료의 지속불가능성
현재 일본 유기농법의 기준은 유기JAS(Japanese Agricultural Standard)이다. 이것은 농림수산성의 관할 하에서 농업 생산 및 가공품의 “유기농산물” 표시에 대해 국가에서 독자적으로 정한 인증 기준으로, 신청자가 국가에서 인가 받은 제3의 인증기관에 검사를 받아 발급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이라고 일컬어지지만 이것이 “무농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기JAS법에서 인정되는 농약이 많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천연광물이나 식물 추출물 또는 저항성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농약이다. 이것들은 인체나 자연환경에 전혀 무해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 천적 곤충이다. 하지만 이러한 천적곤충들 상당수가 일본 내에서 발견된 것이기 보다는 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일본 환경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새로 도입된 외래종으로써 일본 자연 환경 내 재래종들을 위협, 자연생태계 질서를 교란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2.1 종의 거름독 현상
앞서 유기비료라 하더라도 해, 즉 “거름독”이 있다고 했지만, 독의 제거 측면에서 보자면 독에도 종류와 특성이 있다. 거름독의 경우 화학비료로 인한 독과 유기비료로 인한 독은 서로 다르다.
화학비료는 직접 식물뿌리에 흡수될 수 있는 상태의 요소가 많아 분해와 용출이 유동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며 1개소에 쉽게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유기비료는 직접 식물뿌리에 흡수되는 양이 적고 분해와 용출이 늦다. 그리고 흙 속에 산재하는 부식과정과 만나면 함께 결합하여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독 성분이 굳어져 있는 화학비료의 경우 거름독 층을 발견하기 쉽지만 유기 비료의 경우에는 독성분이 굳어지지 않은 채 산재해 있어 언뜻 보기에는 부드럽고 좋은 흙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화학비료이든 유기비료이든 비료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는 성장력을 가질 수 없다면 이는 ‘비료 중독’현상이라 할 만하다. 또한 비료의 힘에 의지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대량의 비료나 퇴비를 계속 넣어 잔존 비료 과다 혹은 잔존 유기물 과다 상태가 된 경우 흙의 기능은 포화상태가 되어 시비의 효과 자체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계속해서 시비의 양을 늘려야 한다.
유기 비료 중 질소 비료는 원래 상태가 유기질이지만 식물에 흡수되는 것은 무기질 상태이다. 무기질 상태가 되기 위해 각종 미생물이 활동을 하게 되고 이 과정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당해 시비한 비료는 대체로 당해 경작한 작물에 거의 흡수, 이용되지만, 시비가 과다하면 가을 이후 남은 비료성분은 지하수로 유입되거나 흙에 잔류해 있다가 다음 해 작물에 흡수된다. 유기농사에서 처음 1년 째 농사보다 2년 째가 성적이 좋고, 3년 째 정도에는 일반 관행농법과 생산량이 비슷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즉, 토양내 유기 비료의 축적으로 흡수가능한 상태의 질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모작을 가정하고 유기 비료 흡수율이 투입양의 40%라고 계산하면, 1년째 투입한 비료중 흡수되지 못한 60%의 비료 성분이 토양 내 축적되어 있다가 다음해 시비량과 함께 작물 내로 흡수되고, 그 이듬해에도 같은 메커니즘이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첫해에는 작물이 흡수 가능한 비료분이 40%였으나 이듬해에는 64%, 그 이듬해에는 78% 수준으로 올라가 5년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는 흡수 가능한 비료성분이 관행 농법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2.2 수입 의존적 유기비료
현재 일본의 식량자급율은 약 40%라고 한다. 혹자는 “식량 자급율을 올리기 위해 생산성이 낮은 유기농업보다 근대식 관행농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학비료, 농약 원료는 수입자재이다. 화학비료의 경우 2000년 일본 내 내수는 약 145만톤이었다. 반면 국내 화학비료 생산량은 73만톤, 수입량은 85만톤으로 수입량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농기계를 작동시키는 연료도 물론 수입하고 있다 1997년 에너지 자급율은 22%였고 이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머지않아 석유의 수입의존도가 100%에 이를 것이다.
일본에서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멈추는 것은 자동차가 서고, 전기가 나가는 일상적 불편으로 당장 문제가 되지만, 농산물의 경우에는 “수입농산물이 없어도 나머지 40% 국내산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수입이 멈추면 근대적 관행농법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유기농업은 괜찮을까? 아니다. 현재 일본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유기비료 또한 수입품이다. 가축분뇨의 경우 가축의 먹이가 되는 사료가 수입산이고(사료자급율은 약 7할에 머물고 있음) 유기비료의 대표적 원료인 깻묵도 대부부인 수입산이다. 1998년 일본의 깻묵 생산실적을 보면 국산은 252,195톤이지만 수입은 1,203,421톤으로 수입산이 훨씬 많다. 또한 이 중에서 국산은 원료 대부분(99%)이 쌀겨이므로 나물 씨앗껍질의 경우만 본다면 국내산은 2.3%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수입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유기농법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유기비료 원료가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기에 대한 대답은 불투명하다. 쌀겨의 경우에는 아직 99% 국산으로 자급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기농법이 성행하여 쌀겨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게 된다면 앞으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실제 최근 들어 쌀겨의 제초 효과 등이 부각되면서 쌀겨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량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유기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유기비료의 과잉 시비를 피하는 일, 그리고 투입자재를 가능한 한 자급하는 것이다. 화학비료, 유기비료, 가축 퇴비 등의 공급이 끊어진 때에도 농지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무엇일까? 마지막 자원은 자연의 낙엽이나 벌판에 자라는 풀 등 등일 것이다. 작물잔사의 투입이나 풋거름 재배가 유기물 보급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농업체계는 구미에서 저투입 지속가능농업(LISA: Low Input and Sustainable Agriculture)이라는 대안적 농업형태로 개념화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무비료 재배이다. 무비료 재배는 대자연의 섭리를 존중하여 흙 본래의 기능, 작물 본래의 생장력을 살려 농산물을 생산하므로 화학비료, 농약은 물론 유기비료 등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도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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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무비료재배로의 전환, 자연농법 사례 (밭농사편: 거름독 층의 발견과 정화, 심경방법, 논농사편)
1. 자연농법 사례 : 밭농사편
1.1 거름독 층의 발견
치바현(千葉?) 나리타(成田)에서 20년 전부터 무비료 재배를 실천하고 있는 타카하시(高橋 博)씨는 재배 시작 3년 이후 생산량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곤란을 겪었다. 생산량 저하의 원인을 찾기 위해 무비료 재배의 원리를 다시 점검하면서 작물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원인을 조사했다. 그러던 중 밭의 흙을 조사한 결과, 지하 50cm 정도 지점의 지온이 매우 낮고, 딱딱한 층이 형성된 것을 발견했다. 이는 트랙터로 경작되지 않는 깊이였다. 무비료 재배 원리에 입각한다면 경작하지 않은 땅이 굳고 차가워 진 것은 그간 살포한 화학독, 즉 비료가 변질되면서 굳은 “거름독”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거름독으로 인해 해당 지층의 미생물 활동이 거의 마비되고 이로 인해 지온이 떨어진 것이다.
거름독층은 작물생장을 지지하는 근본적인 힘(자연력)이 작물뿌리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해 진정한 무비료 재배가 힘들어 계속해서 밭에 비료를 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지하 50cm의 거름독 층이 지구와 대지, 식물간 순환을 가로막아 식물생장을 저해했던 것이다.
1.2 거름독의 정화
따라서 자연력을 근간으로 작물재배를 하고자 하는 무비료 재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거름독 층의 해소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실험들이 있다. 우선 지하40~50cm부근 거름독 층을 부술 수 있는 기계, 예를 들면 심토파쇄기(subsoiler)나 심경로터리 등을 사용하여 딱딱하게 굳어진 층을 부드럽게 만든다. 완전히 흙을 갈아엎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쟁기 파쇄기를 사용한다(그림2).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 검은 표토에 섞여 잘 드러나지 않던 하층의 적토가 섞여 부분적으로 지표로 드러나 있다.
심경을 하면 일시적으로 거름독 층이 ?y어져서 엷어지지만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2년 정도만 지나도 분쇄되었던 거름독 층이 다시 굳어져 버린다. 따라서 심경과 더불어 거름독을 밖으로 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녹비를 재배하여 지층 깊은 곳의 거름독을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다. 녹비 이용시 좋은 점은 녹비와 같은 식물이 거름독을 밖으로 빼낼 뿐만 아니라 거름독을 해독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지 식물 체내에서 해독을 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병해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녹비식물을 정화식물(cleaning crop)이라고 한다. 녹비재배 시에는 당연히 비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1.3 심경시 유의점
작물 생장에 장애가 되는 거름독 층을 부수기 위해 심경을 하기는 하지만, 본래 심경은 기존의 토양구조나 이미 형성된 호기성, 혐기성 미생물 층을 파괴하는 행위로 반자연적인 것이다. 경운하지 않고 계속 재배할 경우 작년에 재배한 작물의 잔뿌리들이 흙 속에 남아 공기와 물의 통로 역할을 해준다. 잔뿌리의 조대(粗大)유기물로 미생물 증식이나 토양의 단립화(?粒化)가 이루어진다. 밭 갈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임시방편적으로는 심경, 천경 등의 밭갈기를 할 필요가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4년간 밭갈이 없이 토마토 재배를 계속해 오는 동안 진행된 흙의 변화는 실로 경이로웠다. 작년의 잔사들이 지표에 그대로 남아 2년째 토양환경은 보다 좋아졌고 3년째에는 토양 표층에 단립화가 진행되어 윗뿌리(上根)가 지표와 나란히 뻗쳐 자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경운을 한 밭, 즉 대조구와 비교해 볼 때 토양의 보수성, 배수성은 월등히 좋아졌다. 그러나 4년째 되는 해 심경 1회를 해야만 했다. 당시 밭이 기반정비된 곳으로 대형 농기계에 의해 지층 적토 부분이 다져진 후여서, 매년 작물이 어느 정도 자라서 뿌리가 깊어지는 생육후기가 되면 이상한 생리현상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심경을 한 다음 흙의 상태는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미경운시 보이던 건강한 상태가 금새 회복되어 나타났다. 이와 같이 대형농기계나 인간의 개입으로 토양구조가 파괴된 경우 심경이 필요하다.
심경을 위한 농기계 중 쟁기파쇄기(soiler)는 흙의 구조를 크게 파괴시키지 않지만, 심경로터리나 쟁기의 경우는 지층 아래에 있는 적토를 지표면까지 드러내어 1년 가량 식물이 전혀 자라지 않기도 한다. 심경을 통해 토양구조가 파괴되어 빗물의 배수성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토양층의 모관(毛管)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지하수의 적절한 공급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계로 심경한 밭은 엉성하고 굳어지기 쉽기 때문에 재배하는 작물의 종류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경운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작물 중에는 엉성하고 단단한 토양으로 이루어진 아주 메마른 땅을 좋아하는 작물도 있고, 작은 입자로 이루어진 섬세한 환경을 좋아하는 작물도 있기 때문이다.
1.4 정화식물(cleaning crops)
지층에 있는 거름독을 제거하고 흙을 정화하기 위해 정화식물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콩과식물이 최적이다. 콩과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어 단단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활발한 생육활동을 보이며 넓고 미세하게 뻗치는 뿌리가 흙의 조립화, 흙의 안정화를 동시에 도와준다. 대표적으로 추천할 만한 콩과식물은 다음과 같다.
· 대두, 소두: 흙만들기를 하면서 동시에 수확을 얻을 수 있다. 소두가 뿌리 뻗침은 활발하지만 뿌리혹박테리아 생성이 약해 지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못함. 따라서 소두보다는 대두를 추천함.
· 야생 완두 (hairy vetch): 유끼지루시(雪印)종의 개량종.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종으로 여름형은 아니지만 단기간 간작, 혼작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타감작용(alleropathy)으로 잡초를 억제함.
· 세스바니아(Sesbania): 배수가 잘 안 되는 토질에서 잘 자람. 뿌리가 지하 60cm까지 자라 대형기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거름독 층을 파괴할 수 있으며 거름독 제거를 기대할 수 있다.
· 네마킹 : 선충억제효과가 높다. 화학비료로 오염된 흙에 선충이 많기 때문에 추천한다.
콩과식물만으로는 거름독을 제거할 수 없다. 콩과식물은 자신의 생육을 위해 토양의 단립화를 촉진하지만 거름독을 빨아들이지는 않는다. 거름독 흡수력이 좋은 작물은 벼과식물이다. 벼과식물로서 추천할 만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수수 혹은 옥수수: 개량종이 다양하여 경작형태나 기후에 맞춰 종을 선택할 수 있다. 무비료 재배로 생육이 나쁜 경우에는 콩과식물과 섞어서 파종하면 좋다.
· 보리류 : 토양을 가꾸면서 동시에 수확을 얻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월동재배라 다른 작물의 작부계획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잔사의 분해가 늦기 때문에 잔사처리방안에 대해서는 궁리할 필요가 있다.
· 메귀리(귀리의 야생종) : 무 등의 선충 억제에 효과적이고 토양오염에 특히 효과적이다.
· 기타: 케나프, 대마 등은 토양 정화에 효과적이다.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고대에서 황무지를 비옥토로 정화한다고 예전부터 전해져 왔다. 그러나 대마는 현대 들어서면서 법적 제약으로 재배할 수 없었다. 대마는 상처 치료를 위해 야자로지에 정화 시키는 것으로서 옛부터 전할 수 있어 왔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법률상의 제한도 있으므로 재배는 할 수 없다. 또한 케나프도 열대성 식물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의 토양에 잘 맞지 않는다.
벼과식물과 콩과식물를 심은 땅은 거름독을 외부로 배출한 상태 이상으로 토양상태가 좋아진다. 이들 식물체들이 거름독을 빨아올리면서 거름독을 안정적 물질로 변화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땅속 거름독이 서서히 감소해간다.
2. 자연농법 사례 : 논농사편
논의 경우는 밭보다 거름독 제거가 훨씬 간단하다. 왜냐하면 논에는 항상 물이 있어 유기물, 무기물을 불문하고 물에 용해되어 벼로 흡수되거나 배수와 함께 논 밖으로 흘러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벼를 재배하는 경우에도 비료 공급을 중단하면 토양이 비료의 금단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밭과 마찬가지이며, 논에서도 거름독 제거를 위한 작업은 필요하다.
논의 거름독 정화방법에 관해서는 구체적 방안들이 소개되고 있다. 논은 물에 의한 자연스러운 정화작용이 가능하므로 무비료 재배를 계속해가면서 점차 거름독이 빠져나간다. 이러한 거름독 제거 과정을 보다 촉진하고자 한다면 벼 벤 뒤부터 담수하여 써레질하고 물을 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겨울철을 보내고 봄에 모심기를 하면 좋다. 그리고 추경(秋耕)을 통해 토양을 건조시키면 건토(乾土)효과로 인해 잔존 거름독을 분해시킬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벼 재배 기술에 대해서는 다음 저서를 참고하라.
片野? 著. 1990. 「自然農法のイネつくり)」.農文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