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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문화예술

바르트

by 내오랜꿈 2003.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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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 저자의 죽음


1967년에 작성된 이 글은 바르트가 구조주의에서 후기구조주의로 넘어가는 접점이 되는 논문이다바르트의 두 시기는 이 글 이전의 <서사구조 분석>(1966)과 이 글 이후의 <텍스트의 즐거움>(1973)에서 확실히 구별된다이 글은 저자의 의도를 작품의 해석기준으로 삼는 것에 반대하여 저자의 '죽음'이라는 말을 수사학적으로 사용한다텍스트는 저자의 의도나 외적 맥락에 구속되지 않으며근본적으로 독립된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저자가 죽으면서 탄생하는 것은 독자다텍스트는 저자가 생산해낸 것이 아니라 독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바르트의 텍스트에서는 이런 입장에서 한동안 텍스트를 놓고 자유분방한 유희가 만발했으나얼마 후에는 이런 방만함에서 벗어나 텍스트에 대한 보다 엄밀한 태도가 회복된다.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는 강력한 논쟁적 표현을 썼던 것은 당시에 프랑스에서 작품의 의미를 작가의 전기로부터 규명하는 전기론적 방법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런 방법은 explication du texte라고 불리었으며바로 이 방법이 이 글이 겨냥하고 있는 적이다

그러면 이 글의 내용을 요약해보자.

(ecriture)은 일체의 목소리일체의 원천을 파괴한다글은 비규정적이고 비통일적이며 고정되지 않는 장소이다글에서 모든 정체성은 해체된다.

글이 이러한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은현실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외적 의도 없이 단지 상징의 실행을 위해서만 쓰여질 때 그러하다저자가 죽는 지점에서 글이 시작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고대에서는 저자라는 관념이 없었다이야기꾼은 오로지 기존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수행자의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저자란 중세가 끝난 후 영국 경험주의프랑스 합리주의그리고 종교개혁이 개인의 가치를 발견하고인간의 '인격'을 내세우면서 성립된 관념이다지금까지도 작품의 해석에서 저자의 위치는 결정적이다작품은 저자의 생애취미열정 등의 표현으로만 간주된다작품해석의 준거는 작가의 의도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자의 지배에 대한 비판들도 오래전에 시작되었다말라르메는 저자 대신 언어를 중심에 놓는 작품관을 주장하면서작품에서 행위하는 것은 저자가 아니라 언어라고 하였다이로써 그는 저자보다 독자를 중시하게 되었다발레리는 창작의 우연성과 언어적 성질에 주목하였다프루스트도 작가와 인물을 분리했다초현실주의는 기존의 의미기대를 교란시키려고 했고자동적 글쓰기와 집단적 글쓰기도 시도했다언어학에서는 화자 없는 언어라는 구상이 생겨났다.

근대와 함께 생겨난 저자는 현대문학에 들어와서 다시 소멸하고 있다저자의 위치에 집필자가 들어선다저자는 작품 이전에텍스트 바깥에서 실존한다그러나 집필자는 텍스트와 함께 탄생하고 글쓰기가 끝남과 함께 소멸한다따라서 글쓰기는 수행적 행위(performativ)에 속한다텍스트는 자기 바깥의 원천을 지니지 않으며오로지 언어라는 원천을 지닐 뿐이다.

다양한 쓰기방식들(ecritures)이 병존하고 갈등하는 텍스트는 인용의 직물이다집필자의 독창성이란 없다집필자는 여러 글쓰기들을 조합해낼 뿐이다.

저자가 죽음으로써 이제 '암호해독'이라는 작업도 불필요하게 된다최종적궁극적 의미란 사라진다비평가는 바로 이런 의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었다그러므로 저자의 죽음은 전통적 비평가의 죽음을 낳는다텍스트의 의미는 무한하게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 속으로 들어간다신이든 이성과학법칙이든 이제 최종적 의미를 결정하는 심급들은 권위를 상실한다

그러므로 이제 글의 의미는 저자가 아니라 독자가 독서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다그리스 비극의 비극성의 원천은 극중 인물들이 다의적인 언술을 일의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데 있다그러나 독자 혹은 관객은 이런 착각에 빠지지 않는다독자는 텍스트가 지닌 다수의 글쓰기가 만나는 장소다이런 독자는 물론 개인적 이력과 심리를 지닌 경험적 개인이 아니다.

 

이 글은 한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바르트는 오스틴의 언어철학을 원용하여 글쓰기를 수행적 진술로 해석하고 있는데이 개념의 적용은 문제가 있다바르트가 주장하는 것은 텍스트를 저자의 의도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인데수행적 진술이란 진술상황과 화자의 권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바르트의 이 글은 그 다음해에 발표된 푸코의 <저자란 무엇인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푸코는 이 글에서 역사상의 저자기능을 분석하면서저자기능이 완전히 사라지는 문화의 가능성을 타진했다저자를 텍스트로부터 분리하고 텍스트 자체가 산출하는 의미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이 글은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는 주장으로 유명해진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와 인식을 같이 한다이 글은 <그라마톨로지>가 출판된 것과 같은 해인 1967년에 작성되었으나우선 영어로 발표되었다가 1968년에 불어로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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