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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문화예술

하이눈

by 내오랜꿈 2004.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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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땐 2시간 짜리 영화 한편이 어떤 이데올로기의 서술보다 더 강렬하게 가슴을 후벼 판다

 

 

 

 

보통 미국 서부 영화의 명작 3편을 꼽을 때 <Stagecoach 1939>, <High Noon 1952>, <Shane 1953>를 꼽는다.

 

3편 모두 보통 이전에 서부영화들처럼  B급 내지 C급 액션 영화라는 전통에서 탄생하였지만 한차원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심도있는 작가 의식까지 포함하는 것이며  영화사로 봐도 이전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큰 획을 긋는 작품들이며

 

이 세편의 영화를  요즘에 봐도 그 깊이와 내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이 눈>이란 영화 하면  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화 속 시간과 상영시간이 일치(Real Time Method) 한다는 점이다.

영화 상영시간 85분인데  영화 시작과 함께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쯤 시작을 알리는 시계모습에서 영화가 끝나는 시점은 정오(High Noon)가 조금지난 12시 5분 경에 끝난다.

 

영화의 짧은 시간 플롯은 영화상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며  보통 서부 영화가 가지는 사건이나 인물의 넓은 공간 이동을 최소화 시키면서

인물간의 대화와 분위기를 통해서 세밀한 심리묘사와 또한 암울한 영화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집중 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 것은 이전 서부 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스릴러 장르에 넣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처음 이 영화를 접한다면 웬만한 스릴러 이상의 서스펜스가 영화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줄거리를 시간에 따라 분석해보면 참 재밌다.

 

 

오전 10시 30분

헤이들리빌(Hadleyville)이라는 작은 마을에 3명의 악당이 간이 역에서 모여  자신의 보스를 기다린다.

오전 10시 35분

막 은퇴한 보안관 먀샬 윌 케인(Gary Cooper)는 사랑스런 연인 에이미 포러 케인(Grace Kelly)와 마을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마을을 떠나려 한다.

오전 10시 40분

그때 5년 전 체포되었던 악당 프랭크 밀러(Ian MacDonald)가 감옥에서 출소해서 오늘 정오에 복수를 위해 돌아온다는 얘기를 듣지만 에이미를 위해 불상사를 걱정해서 마을을 떠난다.

오전 10시 50분

사랑과 책임감 사이에 갈등하던 케인은 마차를 돌려 마을로 돌아와서 밀러 일당과의 대결을 준비할 결심을 한다.

오전 11시 00분

총싸움으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에이미는 비폭력주의와 금욕을 원칙으로 하는 퀘이크교도가 되었기에 케인에게 떠날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케인은 도망쳐 숨어 지낸다 해도 승산이 없음을 직감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오전 11시 10분

케인은 자신과 같이 일했던 보안관 조수 하비는 여자문제와 보안관 계승문제로 불만을 품어 사표를 내고 원로 보안관은 늙어서 도움이 되지 않고

마을 술집에도 갔지만 다들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한다.

오전 11시 30분

시간은 계속 흐르고 다급한 마음에 마을 교회에 있는 원로들에게 까지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누구하나 선뜻 나서지 않고 그냥 케인에게 조용히 마을을 떠나라고만 한다. 한편 케인의 옛애인 헬렌(Katy Jurado)은  에이미가 남편 케인을 두고 마을을 떠나는 것에 비난한다.

오전 11시 55분

윌 케인은 혼자서 악당 4명을 상대해야 하는 위기에 빠져 잠시 이런 상황에서 말을 타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결국

자신이 죽으면 개봉하라며 유서를 남기고 밀러 일당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기로 한다.

정오 12시 00분

기차가 마을 간이역에 도착하고 출소한 악당 프랭크 밀러는 부하들과 케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가고 에이미는 혼자서 기차를 탔지만 결국 남편이 염려되어 출발전 급하게 내린다.

정오 12시 02분

케인은 홀로 상처를 입어가면서 밀러를 포함한 악당을 에이미의 도움과 함께 어렵사리 모두 처치하고  에이미와 감격의 포옹을 한다.

정오 12시 03분

이제서야 모인 비겁한 마을 사람들 앞에서 케인은 자신의 가슴에 있던 보안관 뱃지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마차를 타고 떠난다.

 

 

 

 

이 영화에는 기존의 서부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영웅이란 존재가 없다.

 

주인공 보안관 윌 케인은 처음엔 주저 하지만 결국 마을을 위기에 빠뜨리는 악당을 물리치기로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 마을 이곳 저곳을 헤매지만 다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그를 피한다.

 

결국 혼자서 해결해야하는 고립에 놓인 주인공은  자신에게 밀려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무척 두려워하고 

또한 보안관으로서의 책임감에 갈등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인간적인 면모를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그가 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걸어갈 때  한낮의 태양으로 인해  한번씩 모자창을 만지작 거린다.

또한 그렇게 당당해 보이지 못하는 느린 발걸음...

 

주인공 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옷은 더러워지고 더욱 초췌해져가며  일그러져가는 얼굴, 점점 축쳐져 가는 그의 어깨..

이런 장면들은 마을 사람들의 배신에서 오는 고독감과 죽음에 공포감으로 인한 모습을 잘 드러낸다.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오자 그는 순간적으로 마굿간에 가서 말 고삐를 만져보는 모습에서 그의 내면적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영화 시간과 실제 시간이 일치 한다는 미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거의 대사가 없는 적막감에 가까운 분위기...

홀로 유서를 쓰는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무관심하게 예배를 보는 마을 사람들,

아무말없이 술집에 모여 있는 사람들, 그리고 똑딱거리는 시계추의 소리와 어울려  엄청난 극적 긴장감을 준다.

 

주인공 케인은  텅빈 대로에 우두커니 서서 마차를 타고 떠나는 아내 에이미를 붙잡지 못하고 말없이 지켜 볼 뿐이다.

이윽고 정오를 알리는 시계를 보여주면서 기차의 도착과 함께 악당 밀러는 부하들의 영접을 받으며 마을로 향해 나란히 걸어오는 반면

케인은 텅빈 거리에 홀로 선 전경을 보여 주고 나서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얼굴에 흐른 땀을 손으로 훔쳐 바닥에 터는 모습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면서   결코 그가 이전 서부 영화에서의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이 아님을 세밀하게 연출한다.

 

케인과 밀러의 결투 역시 기존 서부 영화의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

힘겹게 싸우면서 다치는 모습과 함께  폭력을 그토록 싫어하던 퀘이크교도인 아내가 남편을 위해 악당 한명을 뒤에서 쏴 죽이고 그녀 역시 인질로 잡힌다.   또한 마지막 악당인 보스 밀러를 처치 하는 것도 그녀의 공이 크다.

 

기존 존웨인 같은 서부 영화의 주인공이 가지는 당당함과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먼 그는 힘겨운 싸움을 마치고 아내와 재회한후에

마지막에 몰려드는 마을 사람들 앞에 보안관뺏지를 내던지고 미련없이 아내 에이미와 마차를 타고 마을을 떠난다.

 

이 마지막 장면은 기존 서부 영화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너무나 인간적인 보안관의 심경을 잘 묘사했으며  그것은 아마 <게리쿠퍼>의 명연기와 어울려 이 영화를 서부 영화 최고의 작품중 하나로 손꼽게 하는 요인일 것 같다.

 

몇번씩 봐도 너무나 멋진 서부 영화 <High Noon>..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가 <High Noon>이라는 글을 본적도 있는데

어쩌면 공권력을 집행하는 자의 중압감 내지 고독감 같은 것도 배어 있는 듯도 하다.

 

또 이 영화를 당시의 시대상황에 맞게 정치나 외교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당시의 메카시 열풍을 풍자했다는 비평도 있지만 

 

 

난 순수하게 영화 그 자체로 다가가고 싶다.

 

 

암튼 영화속 주인공 보안관 윌 케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너무나 공감하기에 참 감명깊었던 영화 <하이눈>..

 

이 영화에 쓰인 영화 음악 역시  최고다...

 

 Frankie Laine의 Do Not Forsake Me...

 

대표적인 서부영화 음악중에 하나로 우리에게 친숙하며 영화속 주인공 케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말을 가진 멋진 곡이며

 

하이눈이란 영화와 함께 오래오래 기억된다...

 

삶을 윤택하게 살찌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정말 놓쳐서는 안될 영화~~~

 

하이눈....

 

영화가 나온지 50년도 더된 영화이지만

 

지금의 현실에 대비시켜도 여전히 공감이 갈만한 멋진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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