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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생태환경

‘오래된 미래’ 씁쓸한 개정판

by 내오랜꿈 2007.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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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첩] ‘오래된 미래’ 씁쓸한 개정판 

손제민기자
출처 : <경향신문> 2007 12 03 


최근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공식 한국어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나왔다. 책은 예의 재생용지가 아니라 빳빳한 종이와 두툼한 하드커버로 돼 있다. ‘공식 한국어판’을 낸 곳은 중앙일보 산하 출판사인 ‘중앙북스’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이 책은 10년 전 녹색평론사에서 소개됐다. 인도 북부의 ‘라다크’라는 때묻지 않은 작은 마을이 ‘문명화’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파괴됐는지 비판적으로 보여준 책이다. 그 사이 이 책은 20만~30만부 팔리면서 한국 생태운동의 고전이 됐고, 녹색평론사의 대표 도서로 자리잡았다. 어떻게 출판사가 바뀐 것일까.

연유는 이러하다.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씨(전 영남대 교수)는 1996년 저자의 허락 하에 이 책을 번역해 한국에 소개했다. 피차 생태운동을 하는 사람들로서 법적인 계약서는 필요 없다고 여겼다. 여기엔 녹색평론사가 상업적 출판사가 아니라는 점과 호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생태학자인 김종철씨에 의해 번역·소개된다는 점을 반겼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에서 ‘오래된 미래’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저작권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녹색평론사는 그동안 인세에 준하는 돈을 부정기적으로 호지에게 보냈다. 하지만 책이 의외로 많이 나간 사실을 안 호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가 벌여놓은 활동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여성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환경재단 관계자 등에게 혹시 책을 새로 내려면 어떤 출판사가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 때 호지는 중앙북스를 알게 됐다.

호지는 이후 그의 ‘오랜 친구’ 김종철씨(호지는 그를 ‘솔메이트’라 부른다)에게 다른 출판사와 정식으로 계약 맺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김씨는 “이미 결정을 내리고 통보한 것이어서 붙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종철씨에게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은 고심의 산물이다. 이 책의 원제는 ‘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다. 일본에서는 ‘라다크, 그리운 미래’로, 프랑스에서는 ‘개발이 빈곤을 낳을 때’로, 독일에서는 ‘라다크의 매혹’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김씨가 붙인 ‘오래된 미래’는 이후 한국 생태운동의 상징어가 되었다. 한 출판사가 이 이름을 딸 정도로 크게 유행했다. 이 책의 인기 뒤에는 제목 덕도 있었던 셈이다.

‘공식 한국어판’은 아무런 협의 없이 앞서 녹색평론사에서 펴낸 책의 제목을 그대로 취했다. 중앙북스의 관계자는 “‘Ancient Futures’에서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 외에 나올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호지 여사는 여전히 김종철 선생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그분이 하시는 활동에도 공감한다. 결별이 안타깝긴 하지만 호지 여사는 라다크에서 펼치고 있는 사업에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와 정식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양 분들은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공식 한국어판’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어봤다. 당연하겠지만, 예전 것보다 번역도 더 깔끔한 것 같다. 하지만 수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오래된 미래’를 사랑했던 독자로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반(反)개발주의’의 가치가 대자본이 소유한 출판기업에까지 확산된 것을 두고, ‘이제 대안적 가치가 대자본 또는 주류사회에까지 당당히 진출했다’고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내오랜꿈 -----------------------------------------------------------

손제민 기자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2001년도판인데, 240페이지 정도다(초판본은 200페이지 정도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출간했다는 중앙북스판은 364페이지라고 나와 있다. 아마도 활자를 키웠거나 라다크에 관한 사진이나 자료들이 추가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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