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산 · 트레킹

거금도 적대봉

내오랜꿈 2013. 3. 2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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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도 (출처 : "거금도 적대봉", [산&산], 부산일보, 2009.03.05)



고흥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입니다. 이제 다리가 놓였으니 철부선 타고 가던 시절의 기다림은 옛추억으로 사라졌습니다. 지지난 주말에(2013.03.23) 다녀왔는데, 바쁜 일을 끝내고 이제야 포스팅 합니다. 거금도를 몇 번 가보긴 했어도 정작 산행은 처음입니다. 녹동-소록도-거금도로 이어지는 다리가 놓여서인지 체감상으로는 팔영산보다 등산객이 더 많아 보입니다. 저희는 오천 마을에서 출발하여 적대봉을 올랐다가 마당목재와 암릉구간을 거쳐 다시 오천 마을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잡았습니다. 등산 거리는 약 12Km, 소요시간은 점심먹는 시간을 포함하여 5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산행은 마을 윗쪽 어느 집 돌담길에 붙은 이정표를 따라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면 채 5분도 되지 않아 금방 시야가 확 트입니다. 저 아래 오천항은 고흥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27번 국도의 종점 포구입니다. 앞바다가 대규모 미역 양식장이라서, 흔한 어촌의 짠내음, 비린내가 아니라 갯바람에 실려온 미역향이 상큼합니다.




제일 먼저 만개한 진달래가 반기네요. 쌉싸름한 진달래꽃 따먹으며 오르는 길에서 서로의 어린시절을 풀어 놓습니다. 진달래를 보면 내 첫사랑이 생각나야지, 언제부턴가 영화 '내마음의 풍금'에 나오는 홍연이가 툭 튀어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초반 이 코스가 완전 좋았던 건, 등산로 따라 대충 눈인사를 나눈 낮게 낮게 핀 봄꽃과 나물들을 만나서입니다. 이름을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고 마른 잎 속에서의 초록이 더 돋보입니다.

 


 

야생초 밭을 지나자, 무채색 비밀의 문으로 들어선 듯 참나무와 진달래가 군락을 이룬 길이 한참 동안 계속됩니다. 하늘을 향한 경쟁이 심해 다른 수종이 자리할 틈도 없이, 아주 드물게 후박나무와 주목이 셋방살이 하는 형국입니다.  띄엄띄엄 나무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기에, 생태보호 지역이라서 관리 차원의 이름표이겠거니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저의 무식을 탓하며, 조난 당했을 때 구조활동이나 산불방제 등을 위한 소방방제용 위치번호랍니다. 유명산에 가면 팻말을 박았더만 싼티나게시리...ㅎㅎ

 



오천마을 뒤편에 있는 이 저수지는 익금해수욕장으로 휴가 왔을 때 한여름 땡볕을 머리에 이고 탐사를 했던 곳입니다. 괜히 반갑네요.

 



적대봉 0.3km를 앞두고 지나온 길을 굽어 봅니다.등에는 벌써 땀이 줄줄 흐르고, 희뿌연 저 아랫마을 끝자락에서 산을 넘고 넘어 두 시간 넘게 걸었습니다. 적대봉이 가까우니 여러 코스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로 소란스럽습니다.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는 최고의 풍경 전망대로 꼽히는 적대봉 정상입니다. 시계가 안 좋은 날이라서 희뿌옇지만 사방이 360도로 확 트여 어디든 거칠 것 없이 전망이 좋습니다. 서쪽으로는 금일도,생일도, 남쪽으로 거문도, 동쪽으로 여수 일대의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으면 멀리 제주도까지 보인다네요. 




늘씬하게 뻗은 거금대교. 1층은 자전거가 다니고, 2층은 차도입니다. 조만간 꼭 자전거를 타봐야겠습니다.




배가 너무 고프기도 하고, 버스 대절 인파를 피해서 적대봉에서는 잠깐 머물고 자리를 떴습니다. 이곳은 마당목재입니다. 오천마을로 가는 등산로가 선명해서 길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네요.

 



능선길이 부드럽고 펑퍼짐하여 , 바다쪽 풍경을 따라가는 눈맛이 아주 좋습니다.

 



켜켜이 오랜 세월을 거쳐 풍화작용이 낳은 자연의 예술품이라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인위적으로 쌓은 돌탑이랍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믿겨지지 않아요.

 



앞쪽이 아담하고 소박한 금장해수욕장이고 멀리 보이는 것이 익금해수욕장입니다. 

 

 


 편한 흙길인가 싶으면 어느 순간 솟구치는 암릉이 나타나 다양한 맛을 안기는 능선길입니다.




거금도의 명물 미역 양식장에서 바지선이 마구잽이로 붓질을 합니다.




다시 만난 오천마을. 양파와 마늘로 푸른 들판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그려낸 풍경입니다.

 

 


겨울에도 따뜻한 기후를 이용하여 고흥군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인 거금도 양파 농사. 마늘도 양파도 난류 해풍을 맞아 우람합니다. 벌써 알이 들기 시작하여 속살을 드러내는 양파가 신기합니다. 앞으로 한 달이면 충분히 출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written by 느티 2013 0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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