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습/일상

봄날, 아카시 꽃 향기를 맡으며...

내오랜꿈 2023. 5. 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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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여름의 문턱 같은 날씨다. 4월이 저물고 5월이 시작됐다. 이곳의 5월은 봄이라기보다는 여름에 가깝다. 이제 곧 낮 기온은 25℃를 넘어 30℃를 넘나들 것이고 아침 기온은 15℃ 이하로 잘 내려가지 않다가 20℃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지난 가을에는 마늘, 양파를 심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늘은 몰라도 양파는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5월 첫날 거금도를 찾았다. 거금도는 우리 나라 조생종 양파의 주산지다. 4월부터 유통되는 햇양파의 대부분이 거금도에서 생산된 것이라 보면 된다. 5월에 들어서면 무안, 나주 지역의 중생종 양파가 서서히 쏟아지기 시작하니 그 전에 수확해야만 하기에 지금 거금도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철이기도 하다. 휴일임에도 가는 곳마다 도로에는 붉은 양파망을 싣는 트럭이 줄지어 있고, 주변 밭에서는 수십 명의 인부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수확을 마친 밭에서는 양파를 주워가도 된다지만 정신없이 일하는 틈에 유람하듯 노니는 이방인이 반가울 리는 없을 터. 일하시는 분들한테 최대한 공손하게 버려진 양파를 주워가도 되는냐고 물으니 시원스럽게 "싸게싸게 주워 가쇼이" 한다.

 

수확 끝난 밭에서 주워 온 못난이 양파

 

주변에 나눔할 것까지 줍고 돌아오는 길. 유자공원 벤치를 장식한 등나무에 꽃이 피었다. 연한 청보라빛 꽃에 덩치 큰 검은 벌들이 숱하게 달려든다. 등나무는 콩과식물로 알고 있는데 살랑거리는 바람에 아까시 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유자공원에서 웬 아까시 향기? 하며 주변을 둘러 보아도 아까시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새순이 돋아나는 유자나무에서 이제 막 밤하늘의 하얀 별꽃 같은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이 아까시 꽃 향기의 정체는 뭐지? 하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불현듯 혹시 아까시나무도 콩과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식물분류체계상 같은 과 식물은 꽃 모양도 비슷할 뿐더러 꽃 향기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등나무
유자나무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역시 아까시나무도 콩과식물이다. 등나무나 칡이 콩과식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아까시나무도 콩과식물인 건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아까시나무 꽃도 전형적인 콩과식물의 꽃 모양인데 그동안은 생각 못 하고 지나쳤다. 혹여라도 봄날 등나무 벤치 아래서 아까시 꽃 향기를 맡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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