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습/일상

1년을 기다린 맛 - 엄나무 순

내오랜꿈 2019. 3. 3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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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날들의 연속.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으니...


오늘이 3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깨달음(?)에 급히 낫 한 자루 들고 오른 뒷산. 생강꽃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고 진달래는 이미 연분홍 꽃보다는 파릇한 새순의 강렬함이 더 인상깊게 다가온다. 아뿔싸! 하는 생각을 억누르며 찾은 엄나무 군락지. 다행히도 아직 새순이 활짝 피진 않았다. 어제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억센 가시를 피해 이 나무 저 나무 옮겨가며 엄나무순을 딴다.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자생하는 엄나무는 같은 지역임에도 새순이 피는 시기가 나무에 따라 보름 정도 차이가 난다. 품종 차이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열매를 보면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는 과실나무도 아니고 내게 그걸 판별할 능력이 없는 이상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한 시간여 작업 끝에 작은 그물망 하나 채울 만큼의 올해 첫 엄나무 순을 수확했다. 이 정도면 2주일 후에나 피어날 또다른 곳의 순을 딸 때까지 상큼하고 강렬한 엄순의 향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듯...


첫 수확 기념으로 살짝 데쳐 막걸리 한 잔 곁들인다. 그래 이 맛이야! 1년을 기다린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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