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습/일상

어제 같은 오늘, 내일 같은 오늘이기를...

내오랜꿈 2019. 1. 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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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갔다. 매일 떠오르는 해가 뭐 그리 새삼스러울까만 모처럼 해 보러 가자는 옆지기의 말에 못 이기는 척 나선 길. 여느 때면 차 한 대 만나기 힘들었을 한적한 시골길이 헤드라이트를 켠 채 내달리는 차들로 제법 붐빈다. 나로도 다리를 건너 도착한 덕흥리 포스코 연수원. 이곳에선 나름 이름난 해돋이 명소다. 저마다의 일출 포인트를 찾아 종종걸음 치며 바삐 움직이는 가족들, 연인들 사이로 우리도 한 자리 차지하며 동쪽 하늘을 쳐다본다. 오늘이 아니면 이 시각 이 장소에서 수백 명의 인파를 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여명이 붉게 물들 무렵부터 마침내 바다 위를 힘차게 솟구쳐 오른 해를 볼 때까지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팔려서였을까? 수백 명이 호들갑을 떨며 쳐다보는 아침해를 무심한 듯 가로지르는 통통배 한 척을 본 기억이 없다. 흔들리거나 중복된 사진을 지우느라 하나하나 쳐다볼 때까지는.



사진을 연결해 놓고 보니 기다란 띠처럼 흘러가는 듯 선명한 저 통통배 한 척을 왜 못 보았을까?


우리는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감탄할 때가 많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조차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만든다는 정선 아우라지와 어라연의 풍경이나 승부역의 설경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한적한 바닷가 시골마을 아침해도 새해 첫날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면 역시 그렇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움은 종종 나 자신만의 것이거나 함께한 동료들만의 것이 되기 십상이다. 그곳에서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갖다 붙이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아름다움은 한낱 외지인의 호들갑스러움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 이른바 '외부자의 시선'이 찾아낸 풍경, 세련된 외부자의 시선이 '찾아낸 아름다움'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 그 옛날 아우라지를 건네주던 뱃사공의 눈에 비친 그곳과 눈 쌓인 승부역에서 묵나물을 내다파는 할머니들의 눈에 비친 그곳은 그저 평생을 보낸 삶의 현장이었을 뿐일 수도 있기에.


새해 첫날, 내가 찍은 수십 장의 사진 속에 존재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통통배 한 척.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다 같은 하루임을, 차별되지 않을 내 삶 속의 하루임을,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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