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태풍, 지겨운 비
일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비로 하루를 시작한다. 6일째다. 오랜만에 장마란 놈이 아주 작정하고 자신이 어떤 존재라는 걸 보여주려는 모양이다. 빗줄기가 뜸한 틈을 타 창고 처마 밑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서 비 설거지를 겸해 집안 청소를 한바탕 해치운다. 태풍 '쁘라삐룬'까지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당분간 햇빛 구경하기는 물 건너 간 모양이다. 오전에 잠시 약하게나마 햇빛이 보일락말락 하기에 고추, 파프리카, 토마토 줄기를 묶어주고는 텃밭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 토마토와 가지
이제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는 토마토와 가지. 토마토가 이 장마를 잘 겨뎌낼 수 있을까? 열과는 생겨도 좋으니 제발 풋마름병만은 번지지 않았으면 한다.
▲ 고추와 파프리카
고추와 파프리카 이랑을 보니 비바람에 흔들리고 하고 있다. 원래 이번 주말에 세 번째 줄매기를 할 예정이었는데, 날씨 탓에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주인이 게으러니 비 그칠 때까지 '니들'이 알아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
▲ 당근. 수확할 때가 되었는데 비 때문에 한 주 미뤄야 할 거 같다.
▲ 상추 치커리 종류. 이미 대부분 꽃대를 올렸다.
▲ 강황. 일찍 심으나 늦게 심으나 발아일 차이가 거의 없다.
봄파종 당근은 수확할 때가 되었지만 비 때문에 한 주를 미뤄야 할 거 같다. 빗줄기가 얼마나 세차게 내렸는지 당근 어깨가 드러날정도로 흙이 쓸려 내려갔다. 상추나 치커리를 심은 밭은 마치 꽃밭 같다. 이미 대부분 꽃대를 올리고 있다.
아침 나절이 지나지 않아 기어코 비가 쏟아진다. 창고 지붕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왠지 우울해지는 기분이다. 일주일 가까이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집 안팎을 한없이 움츠려들게 만드는 것. 집 앞의 논과 그 건너편 도로의 가로수가 아득히 멀리 보인다. 처마 밑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제외하면 세상이 멈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