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풍년(?)

 

집 마당에서 남서쪽으로 쳐다 보면 코앞에 보이는 섬이 바로 우리 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 거금도다. 직선 거리로는 3~4km 될까 말까 한데 차로 가려면 소록대교, 거금대교를 거쳐 삽십여 킬로미터를 가야 한다. 거금도는 우리 나라 조생종 양파의 주산지다. 4월부터 유통되는 햇양파의 대부분이 거금도에서 생산된 것이라 보면 된다. 5월에 들어서면 무안, 나주 지역의 중생종 양파가 서서히 쏟아지기 시작하니 그 전에 수확해야만 하기에 지금 거금도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철이기도 하다. 휴일임에도 가는 곳마다 도로에는 붉은 양파망을 싣는 트럭이 줄지어 있고, 주변 밭에서는 수십 명의 인부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수확을 마친 밭에서는 양파를 주워가도 된다지만 정신없이 일하는 틈에 유람하듯 노니는 이방인이 반가울 리는 없을 터. 일하시는 분들한테 최대한 공손하게 버려진 양파를 주워가도 되는냐고 물으니 시원스럽게 "싸게싸게 주워 가쇼이" 한다.

 

▲ 드넓은 양파밭. 수확하고 버려진 못난이 양파를 줍는 사람들.

▲ 주워 온 양파들. 주변에 맘껏 나눔하고도 남을 양이다. 남의 것으로 선심 쓰려는 이 뻔뻔함!

 

양파를 줍는다니, 무슨 소리야?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수확철, 양파 주산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드넓은 양파밭에서는 수확철이 되면 수십 명의 인부가 동원되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굵고 모양 좋은 양파를 캐 망에 담는 작업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이때 작은 것, 모양이 이상한 것, 쌍으로 생긴 것 등 상품성이 없는 양파는 그대로 양파밭에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진 양파를 주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와서 주워 가는 것이다. 어른 주먹보다 큰, 상품성 뛰어난 양파를 싫어하는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작다고 버려진 양파들이 더없이 반가울 따름이다. 양파는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비늘잎 수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니 양파가 굵다는 건 그만큼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 양파는 작을수록 조직이 단단하고 향도 강하다. 그리고 훨씬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시간 반 남짓 땀 흘린 끝에 주운 양파들. 노균병으로 주저앉고 있는 텃밭 양파에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은 치유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