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습/일상

다산의 여왕, 봄 그리고 처녀, 삼순이

내오랜꿈 2017. 11.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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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지방은 눈이 제법 내리고 있다는데 이곳 남도 바닷가 마을은 쓰잘 데 없는 삭풍만 요란하게 불고 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한 채. 비 사라진 지 오래라 눈이라도 오면 김장용 배추, 무에 털끝만한 도움이라도 되련만 눈치 없는 겨울바람이 알 리가 있으랴. 윙윙거리는 소리 탓인지 봄, 삼순이는 주인이 나가도 모두 제 집에 틀어박혀 꼼짝을 안 한다. 새끼 낳은 봄이는 몰라도 삼순이까지 나오지 않길래 주인 마중 나오지 않은 죄를 물어 한 대 쥐어박으려고 삼순이 집을 들여다 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땡그런 눈망울을 한 채 어쩔줄 몰라 하는 삼순이. 헐~~~ 봄이 새끼 한 마리가 삼순이에게서 젖을 찾아 찡찡거리고 있다.


본래 언니와 같이 지내던 집은 봄이가 새끼를 돌보고 있는지라 종이박스를 이어붙여 만든 임시 집에서 지내는 삼순이. 잘못 찾아들어온 강아지 한 마리가 젖도 안 나오는 삼순이 배를 핥고 있고, 삼순이는 엉거주춤 한 자세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지금 집에서 키우는 개 두 마리는 한 어미에게서 한 배 차이로 태어난 자매간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이차는 9개월 정도인데 하나는 벌써 네 번째 새끼를 낳았고, 하나는 아직 낳은 적이 없다. 가임기간만 되면 새끼를 못 가지게 하기 위해 가두기도 하고 묶기도 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데도 언니인 봄이는 어떻게든 감시의 눈을 피해 사고를 친다. 정말이지 확~ 줘 패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ㅠㅠ 언니와 반대로 삼순이는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울타리 문을 열어놓아도 자기 언니인 봄이와 함께여야 나가지 혼자서는 집 주변을 멀리 벗어나지 못 한다. 이러니 새끼를 가질 수가 없다. 집에 찾아오는 숫놈만 쫓으면 되니까. 덕분에 5살이 다 되었는데도 짐작컨대 아직 처녀의 몸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삼순이가 자기 집에 잘못 들어온 봄이 새끼가 젖을 찾아 자기 배를 핥으며 칭얼거리니 어찌해야 할 줄 몰라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태어난 지 20일째인 봄이 새끼들. 이놈들은 또 어찌 분양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태어난 지 3주차에 접어든 봄이 새끼들. 이건 뭐 다산의 여왕이 따로 없다. 이제부터는 온 집을 돌아다닐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놈들을 어찌해야 할지. 날씨도 추운데 마음까지 추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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