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같은 섬, 다시 찾고 싶은 섬, 연홍도
멀리서 친구 부부가 찾아왔다. 여름이나 겨울 휴가철도 아니고 주말 하룻밤 보내기 위해 천리길을 오간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럼에도 이 먼 길을 해마다 몇 번이고 찾아온다. 자주 오다 보니 좁은 고흥 바닥, 갈 만한 데는 모두 다녀본지라 매양 '이번에는 어디를 돌아볼까'가 고민 아닌 고민이다. 지난 주는 마침 거금도에 딸린 자그마한 섬, 연홍도에서 마을 개방의 날이라는 행사를 하고 있기에 가보기로 했다.
▲ 연홍도 선착장에서 보이는 풍경들.
▲ 폐교를 미술관으로 꾸민 연홍미술관. 미술관 안이 미술관인지 밖이 미술관인지...
거금대교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신양리라는 표지판을 따라 5분 정도 가면 신양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에 서서 두 팔을 뻗으면 닿을 듯 보이는 섬이 바로 연홍도다. 섬 전체를 돌아보는 길이 고작 2.9KM. 둘레길을 걸으며 눈 가는 데, 마음 가는 데 다 돌아보아도 2시간이면 충분한 곳. 마음 메마르고 성질 급한 사람은 1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리다. 선착장에 내려서 오른쪽으로 돌아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자그마한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 요즘에는 시골마을 어디에나 흔하디 흔한 폐교를 미술관으로 꾸민 곳으로 겉보기에는 소박하니 가정집 같은 외양이다. 비릿한 바다 내음 맡으며 주변 풍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미술관인지 건물 안이 미술관인지 분간이 안 된다. 다분히 상업적인 표어, '지붕 없는 미술관'의 현실태가 이곳 연홍도가 아닐까 싶다.
▲ 동네 담장마다 추억이 묻어나는 그림들과 소품들이 즐비하다.
연홍미술관을 나와 섬 중앙의 마을을 가로지르면 마을 전체가 유년의 추억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들과 소품들로 가득하다. 담장에 단순히 벽화만 그려진 게 아니라 추억 어린 물건들이나 섬에서 나는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섬 주민들이 애써 가꾸고 꾸민 흔적이 역력하다. 벽화보다는 좀 더 많은 손길이 가야 하는 소품들이 담벼락 곳곳에 걸려 있는 것. 바람 불고 비 맞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수시로 손보아야 하는 것이다.
마을을 돌아보다 지치면 바다가 보이는 쉼터에 앉아 간재미 회무침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한때를 보낼 수 있는 곳. 연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