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산 · 트레킹

월악산 구담봉

내오랜꿈 2009. 7. 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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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의 모임 다음 날 아침, 칼국수 한 그릇으로 늦은 아침을 떼우고 나선 귀가길. 이런저런 말들 속에 산행을 하기로 했다. 딱히 정하고 온 것은 아니나 오래 전부터 말이 나왔던 월악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다고 오늘 당장 오르는 것은 무리다 싶어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가벼운 몸풀기를 겸해서 문경새재길을 걷기로 했다. 제1관문에서 제3관문까지 제대로 걸으면 왕복 4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제2관문까지 제법 땀 흘리며 걸었는데, 이런저런 모습들을 찍은 디카가 에러를 일으켜 문경새재의 풍경은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월요일 아침. 구담봉 오르는 길은 정상부 직전의 아찔한 직벽을 제외하면, 높은 산을 오를 때 느낄 수 있는 산행의 스릴 같은 것은 없는, 완만한 등산로였다. 초록의 나무들과 함께 산 언저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고, 발그스레하게 오른 뺨을 삭히며 새로운 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느낌이 특별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오랜만에 마음 먹고 유명산을 찾았는데 만만디로 왔다갔다 두 시간이면 떡을 칠, 코스 자체의 짧음이 다소 싱거워서 2%쯤 부족한 산행이었다고나 할까. 한적한 평일에 둘이서 조용히 충주호를 관망하기에 좋았던 산에서의 흔적들.... 



충주호를 끼고 구비구비 이어진 36번 국도. 최근 한 달 사이에 이 길을 두 번이나 달렸다. 



평일이라 조용한 장회나루, 그리고 석벽이 올망졸망 아름다운 충주호. 



권운상의 소설 <녹슬은 해방구>에서 빨치산의 마지막 활동 무대였기도 한, 골 깊은 월악산이 건너편에 자리해 있다.
 


좀 거시기하게 생겨서 '남근 바위'라 이름 붙였는데, 보면 볼수록 '거시기' 하지 않은가.



사진으로는 정상부의 각도가 완만해 보이지만 거의 직벽에 가까운 바위산이다.



주말이 지난 까닭일까? 피로를 풀 겸, 잠자리를 찾아간 수안보는 그 옛날 목욕타운의 화려한 명성이 무색하게 퇴락의 색채가 짙게 다가왔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성우의 밤무대 공간이었던 와이키키 관광호텔은 폐업 중.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올갱이 해장국 하나를 먹으며, 요란하게 공중파 방송에 소개된 맛집의 '허수'를 제대로 확인하여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에 반해, 근 십년 만에 찾은 문경새재 길은 주흘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얼음물에서의 탁족과 숲을 거나하게 걷는 자체로도 충만한 느낌이었지만 매표소 입구에 자리한 시끌벅적한 가겟집들을 비껴 나와 반찬 하나에도 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마치 '집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 가득한 소박한 식당을 우연하게 찾아낸 기쁨까지 더해지니, 이 또한 여행의 참 맛이 아니겠는가. 


2007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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