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설거지 - 10월에 만나는 태풍은 늘 낯설다
거의 열흘 만에 청명하기 그지없는 하늘과 뜨거운 햇살에 설레는 기분으로 맞은 아침이었는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예사롭지 않은 바람이 서서히 밀려든다. 태풍 때문이다. 아주 드문 현상은 아니지만 10월 태풍은 이상하리만치 낯설게 다가온다. 3년 전에도 10월 초순에 태풍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이때는 끔찍했던 "볼라벤"의 악몽이 지배하던 터라 웬만한 태풍 피해는 기억 한 자락에 파고들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하루뿐인 볕이기에 아흐레 동안 집안을 덮고 있던 습한 공기를 비워내는 작업을 하기 바쁘다. 잠시 동안 전기장판 신세를 졌던 고추와 6월에 수확한 뒤 창고 속 컨테이너 박스에 재어두었던 양파가 밖으로 나왔다. 채 썬 가지와 초피 열매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저것 급하게 태풍 설거지를 겸해 정리하는 분주한 아침이다.
▲ 천리안 위성에서 바라본 18호 태풍 "차바"의 모습 (출처:기상청 홈페이지)
▲ 기상청에서 예상하는 "차바"의 진행 경로(출처:기상청 홈페이지)
▲ 미해군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 예상하는 "차바"의 진행 경로(출처:JTWC 홈페이지)
며칠 전만 하더라도 제18호 태풍 "차바"는 세력도 약할 뿐만 아니라 어제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기상청이나 미해군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나 경로를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 큐슈를 관통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태풍 강도도 훨씬 강해지고 경로 역시 우리나라 쪽으로 더 많이 밀고 올라오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두 기관의 예상 경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JTWC보다 우리 기상청의 예상 진로가 우리나라 쪽으로 조금 더 올라오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한 꼴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서 그렇고 일본은 태풍 중심의 오른쪽에 위치하게 되어서 그렇다. 일반적으로 태풍 피해는 태풍 진행방향의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훨씬 더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 2013년 10월 태풍 다나스(왼쪽)와 현재 북상중인 차바(오른쪽). 2016.10.4 (출처:연합뉴스)
그런데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태풍 "차바"의 진행 경로가 지난 2013년 10월의 태풍 "다나스"와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만약 "차바"가 JTWC의 예상 경로를 따른다면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위 사진에서 한 번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어쨌거나 별다른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워낙에 강한 가을 태풍이다 보니 벼나 과일 등 수확기 작물에 상당한 피해를 줄 듯하다. 그나저나 이제 곧 태풍이 온다는데 서녘 하늘은 왜 저리도 붉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