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산 · 트레킹

마복산 등산길에서 만나는 여름 풍경들

내오랜꿈 2016. 6. 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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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 마복산에 올랐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철마다 변화무쌍한 해창만 들녘의 풍경과 다도해 풍광을 맛볼 수 있는 산이기에 자주 찾는 곳이다. 차를 가지고 갈 경우 원점회귀 코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 갈 때마다 늘 같은 산행길을 반복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평소에 다니던 마복산 주차장 → 정상 → 해제 → 마복사 삼거리 → 주차장으로 돌아오던 코스를 역방향으로 돌기로 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늘 올라가면서 뒤돌아보던 해창만 들판을 내려오면서 보는 느낌은 어떨까 싶어서다.



▲ 청미래덩굴 열매

▲ 큰금계국

▲ 봄망초 꽃

▲ 갈풀, 실새풀, 개밀, 그령 등 벼과의 풀들이 꽃을 피우고 있는 등산로 초입


여름의 초입에 들어선 등산로는 이미 충분히 습하다. 어제 오늘 흐린 날씨 탓도 있겠지만 등산로 전체에 그늘을 드리울 만큼 자란 나뭇가지들이 내뿜는 기운 역시 축축한 느낌이다. 계절은 이미 충분히 여름이다. 청미래덩굴 열매는 탐스럽고 큰금계국은 활짝 피었다. 언뜻 노란코스모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잎을 보니 큰금계국이다. 코스모스는 망사무늬를 연상케 하는 잎을 가지고 있다. 하얗게 꽃을 피운 봄망초가 실바람에도 살랑거리고 갈풀과 실새풀인지 개밀인지 헷갈리는 벼과의 풀들이 등산로 양쪽에 늘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아래로 군데군데 산객들에게 밟힌 질경이들이 제 키를 덮으려는 잡풀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사람들에게 밟혀야 살아남는 것과 안 밟혀야 살아남는 것들의 싸움이다.



▲ 참취 잎에 생겨난 기생조직인 벌레혹


능선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 한편에서 참취들이 장미 꽃송이를 피우고 있다. 아마도 참취 잎에 기생하는 진딧물 같은 벌레들의 충영인 듯하다. 벌레집이라고는 하지만 그 모양이 너무 예쁘다. 화려한 잎 모양 때문에 많이들 키우고 있는 캘렌초이보다 훨씬 아름답지 않은가? 취에만 이렇게 예쁜 집을 짓지 말고 오이나 양배추에도 이런 예술작품들을 남긴다면 누가 진딧물을 그렇게 미워하랴.



▲ 능선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흐린 날씨 탓에 시계가 좋지 않다.

▲ 천리향 못지 않은 강한 향기를 풍기는 쥐똥나무(또는 산동쥐똥나무) 꽃

▲ 돌배나무


탁 트인 능선길을 만나 내려다본 다도해 풍경. 흐린 날씨 탓에 전체적으로 뿌연 느낌이다. 모두가 다 좋을 수는 없는 일. 무리 지어 핀 엉겅퀴 군락과 멀리까지 진한 향기 내뿜는 쥐똥나무(잎 끝이 쥐똥나무 잎보다 약간 뾰족한 느낌이 있는데 산동쥐똥나무인지도 모르겠다) 꽃과 올망졸망 수도 없이 매달린 돌배나무를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 마복산 정상의 봉수대. 담쟁이넝쿨이 휘감고 있다.


그렇게 도달한 마복산 정상의 봉수대. 원형으로 돌아가는 돌탑들을 휘감고 있는 담쟁이넝쿨이 보는 이의 눈을 상큼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은 물론 개인의 취향이겠으나 나에겐 다도해의 풍광보다 이 담쟁이넝쿨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이곳 말고 다른 어느 산에서 이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으랴.



▲ 산줄기 곳곳에 피어난 산딸나무 꽃

▲ 해창만 간척지 들판


산 중턱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는 산딸나무 군락을 쳐다보면서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해창만 들판. 모내기를 마친 들판 사이로 군데군데 아직 채 수확하지 않은 누런 보리밭들이 보인다. 이 풍경 역시 지금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일주일 뒤면 저 노란 모습들은 흔적을 감출 것이고, 한 달 뒤면 이 들녘은 온통 푸른 빛 나락들로 채워질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그것들 대로 또 다른 아름다움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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