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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거장의 차이 “우리는 여전히 이 정도다, 아가들아”라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주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출처 : <한겨레 21> 제 684호 2007년 11월 08일 Radio Nowhere - 브루스 스프링스틴 1984년, 재임을 노리며 선거운동을 시작한 레이건은 자신의 캠페인 송으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Born In The USA〉를 사용했다가 굴욕을 당했다. 당시 미국 대중음악계 최대의 히트곡이던 이 노래는 실직한 노동자 계급 청년의 절규를 담고 있었다. 게다가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민주당원이었다. 그러니 스프링스틴으로서는 ‘강한 미국’을 외치는 레이건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낸 이 노래를 사용하는 걸 바라볼 수 없었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그는 분노하며 레이건 쪽에 〈Born In The USA〉를 쓰지 말라고 요청했고, 레이건 쪽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금방 이 노래의 사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변함없는 정치적 소신
최근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신작 〈Magic〉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찾아올 것이 확실한 분위기 때문인지 그는 활력을 되찾았다. 명프로듀서 브렌던 오브라이언, 전성기(라는 말은 좀 어색하지만 아무튼)를 함께했던 E-스트리트 밴드를 좌청룡 우백호 삼아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어느 때보다 호쾌하고 즐겁게 노래한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정력의 목소리로 이 세상에 변함없는 사자후를 날린다. 포크에 밥 딜런이 있다면 록에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있다고나 할까. 평생 자신의 사회적·정치적 소신을 음악에 담아내며, 나이를 헛되이 먹지 않고 음악적 영민함을 유지하는 이런 거장들이 존재한다는 건 존경할 만한 선배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갓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우리는 아직도 이 정도다, 아가들아’라는 메시지를 살아온 길과 지금의 음악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가 세운 지평 아래 본 조비, 펄 잼 같은 팀들이 있다. 캐나다 출신으로 최근 록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아케이드 파이어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캐나다 공연 때 기꺼이 함께 무대에 섰다. 모두 80년대, 90년대 그리고 지금의 시대 분위기를 대표하는 팀이다. 꼰대가 되지 않고 여전히 활화산 같은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선배에 대한 존경과 추종이다. 전통이란 그렇게 계승된다. 거장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남들의 화려한 말이 아닌, 본인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 당당했고 당당할 때 전통은 계승된다. 그 자신도 요즘 음악에 대해 열려 있는 듯 보인다. 〈Magic〉의 첫 곡인 〈Radio Nowhere〉는 최근 인디록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곡에서 스프링스틴은 마치 갓 데뷔한 록 뮤지션처럼 싱싱하게 노래한다. 지금 이 순간의 음악을 소화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리라. 추억밖에 없는 한국의 옛날 가수들 가끔, 옛날 가수들과 마주할 일이 생긴다. 모두 왕년에 한가락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나는 현재를 느껴본 적이 없다. 박물관의 유물처럼 언제나 과거만을 이야기하며 옛날을 그리워하기 십상이다. 좋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니까. 하지만 추억밖에 먹을 게 없어 보이니 영 씁쓸하다. 요즘 음악계 쪽으로 화제를 돌리면 표정이 굳어진다. 아무도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들의 최근 음반을 들어보면, 사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만한 경우가 더 많다. 잘나갈 때 재능을 탕진하고 계속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말일 것이다. 음악하기 힘들기로 치자면, 지금 뮤지션들이 몇 배는 더 힘들다. 관록만 있다고 인정해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건 현재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말고도 옛날에 시대를 선도했던 뮤지션들은 많다. 하지만 현재의 스프링스틴이 있기 때문에 그의 과거도 존중받는 거다. 꼰대와 거장의 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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