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여기저기 밟힐 만큼 쑥이 지천이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칼 들고 따뜻한 양지의 묵은 밭을 찾았는데, 이제는 음지의 밭에서 쑥을 캔답니다. 양지의 쑥은 너무 커버렸거든요. 새로 발견한 밭은 오래 전에 닥나무 농사를 짓던 곳인데, 지금 닥나무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밭은 남쪽을 완전히 등지고 있어서 이제야 쑥이 뽀작뽀작 올라오네요.
먼저 쑥차 만들기. 덖어서 좀 많이 만들어 볼 생각인데, 그 전에 워밍업으로 아주 소량을 살짝 데쳐서 그늘에 말리고 있어요.
쑥 된장국을 끓여 먹고 남은 것으로 쑥전을 자주 해먹습니다. 밀가루에 소금 조금 넣고 부친 초간단 막걸리 안주죠.
그러다가 어느 날은 쑥전에 물려서 찹쌀을 불렸어요. 쑥과 믹서기에 드르륵~ 갈아서 화전을 붙이니, 손이 몇 번 더 갔다고 밋밋한 쑥전보다 좋은 것 같네요. 식혀서 먹으면 쫀득쫀득 더 맛납니다.
쑥떡이 먹고 싶을 때, 아마 도시에서 살았다면 떡집으로 쪼르르 달려갔겠지요. 궁여지책으로 쌀가루 마저 없어서 불린 찹쌀로 햇쑥을 넣고 밥을 조금 했습니다. 솥뚜껑을 여니 진한 쑥향이 온 집안을 점령해 버리네요. 절구 대신 돌솥에 콩콩 찧어서 비닐 장갑 끼고 조물조물 모양 만들어 콩고물을 묻힙니다. 방망이질이 힘들어서 건성건성 찧었더니, '쑥떡 사촌'이 되었네요. 밥알도 조금 씹히고 성긴 맛이긴 해도 이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랠밖에요...
written by 느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