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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일상

천리길을 뛰어넘는 세월의 무게

by 내오랜꿈 202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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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에서 두 부부가 새벽부터 천리길을 달려 우리 집에 모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친구가 해외 출장길에서 업어온 좋은 술(꼬냑)을 나누기 위해서다

  

나로도항 자연산 광어회+삼치회

 

점심식사 후 나로도 봉래산에 올라 다도해 풍경을 감상한 뒤 나로도항에서 썰어온 자연산 광어회. 죽어서도 제 모양을 유지한 나름의 데코레이션이 꽤나 그로테스크하다. 굳이 이렇게 생선 눈을 바라보며 먹어야 하는 게 좀 그렇기도 하고 가격도 녹동 회센터에서 막 썰어 주는 양식보다는 많이 비싸긴 하지만 맛이나 식감 등 다른 것들은 모두 맘에 든다.  

녹동회센터산 양식회

 

비교하자면 이것은 지난 봄, 광양 백운산 등반을 마친 후 우리 집에 온 후배들과 녹동에서 사온 녹동식 막썰어 스타일 생선회. 맛집도 좋지만 요즘은 제철에 나는 것을 사와서 집에서 먹는 게 가장 편한 것 같다. 아마도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이리라.

 

 

한 잔 두 잔 하는 동안 흥이 났는지 아줌씨 하나가 자기도 한 번 해보겠다며 '소맥'을 말고 있다. 수저를 탁탁 쳐서 거품을 만들면 잘 넘어 간다나 뭐라나. 그렇게 밤늦도록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분위기에 젖어 손에서 술잔을 놓지 않는 밤이다.

 

이튿날은 지난 주 불어닥친 한파의 여파인지 아침기온이 꽤나 쌀쌀하다.  하지만 햇볕이 이토록 좋은데, 나들이 하지 않는 것은 겨울 햇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길을 나선다. 홍교, 소화다리, 태백산맥 문학관, 현부자네집을 조용히 둘러본다.

 

 

헤어지기 직전의 점심은 동강에서 유명하다는 갈비탕으로 통일. 50년 전통의 유명 맛집이라는데, 일행과 두 테이블로 찢어져서 앉아야 할 만큼 손님이 많다. 맑은 국이 아닌 연한 빨간 갈비탕이다.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이후 벌교시장에 들러 집집마다 꼬막 한 상자씩 안고 가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일 년에 몇 번을 1박 2일의 짧은 만남을 위해 천리길을 오가는 이 정성은 4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없다면 아마도 이루어지기 힘드리라.

 

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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