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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때려부수거나 사람 골비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영화는 빠짐없이 보는 편이다. 한 때는 어줍잖게 그 영화들을 분석한답시고 아니, 문화운동의 더 없는 방편이라 생각하여 영화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영화사의 문제 작품들을 수소문해가며 본 적도 있었다. 그게 93,4년경이었으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셈이다. 지금이야 모든 영화들을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는 않지만 어쨌던 영화 한 편이 주는 여운이나 잔영, 혹은 의미들을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오래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원래 내 취향은 아니지만 '우울한'(?) 분위기의 멜로드라마류의 영화들은 이상하리만치 오래도록 내 기억을 붙들어매곤 한다. 왕자웨이 감독의 [아비정전]이나 [화양연화] 같은 영화나, 장자크 베넥스 감독의 [베티블루 37.2], 롤프 슈벨 감독의 [글루미 선데이] 같은 영화들. 그 중에서도 영화보다 음악으로 더 유명한 [글루미 선데이]는 시도때도 없이 머리를 엄습해오는 그 지독한 선율이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배급사의 선전 문구에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자살하게 만든 바로 그 음악 어쩌고 하며 영화의 상업성을 한껏 부풀리고 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위의 선전문구는 그야말로 과장된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이 음악 하나 때문에 그 당시의 그 많은 젊은이들이 자살했다면 지금은 왜 이 음악을 듣고 자살했단 뉴스는 찾아보기 힘드냔 의문 같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떠오르는 것 아닌가? 그때 그 당시 젊은이들의 자살은 단순히 이 'Gloomy Sunday'라는 음악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적 상황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2차대전 직전의, 한쪽에서는 나찌즘의 등장으로 맹목적 민족주의가 판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스페인 내전에서 보듯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동세대간의 반목이 총칼을 들게 만드는 그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기댈 수 있는 미래가 대체 어떤 것이 있었을까? 이런 상황에서 뭔가 특이한 센티멘탈리즘에 빠지게 만드는 음악이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고... 세상은 지랄같고, 미래는 암담하고... 그러니 자살이라도 할 수밖에. 어쨌거나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아 본 적이 있다거나 비오는 밤 창가에 서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본 적이 있다거나 하는 분들은
[글루미 선데이]의 영상에 한 번 잠겨 보시길.....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Heather Nova의 것인데,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 노래를 불렀었다. written date:2002/0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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