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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듣는 것들/Book

〈루시퍼 이펙트 〉 - 악마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by 내오랜꿈 2007.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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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가 있다. 아래 소개하는 『루시퍼 이펙트』에서 다루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SPE)’을 영화화한 것인데, 정작 영화는 미국이 아니라 독일에서 제작되었다. 

1971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Philip Zimbardo 박사의 지휘 아래 <환경조작에 따른 심리변화 실험>을 실시한다. 목적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인간은 극한 환경을 선한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인간 본성에 관한 의문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 이를 위해 거대한 가상 감옥이 설치되고 신문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다. 예정된 기간은 2주일. 그러나 실험은 5일만에 끝나고 만다. 영화 는 ‘스탠포드 감옥 시뮬레이션‘에 기초한 5일간의 드라마틱한 기록과 미완성으로 남겨진 9일간의 劇的 구성이다. 

아래는 『씨네21』에서 인용한 영화의 "시놉시스'다. 

심리학의 권위자, Dr. 톤은 이 야심찬 실험을 위해 신문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14일간 이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거대한 미로같은 지하 임시감옥을 셋팅한다. 연구자들은 감옥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험자들의 모습을 감시할 것이다. 그러나 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절대 연구자의 개입은 없다... 오직 실험실의 생쥐처럼 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할 뿐이다. 이름대신 번호표를 달고 고개를 숙인 채 일렬로 걸어가는 죄수들과 곤봉을 차고 이들을 통제하는 간수들... 엄격한 심리테스트를 걸쳐 선발된 20명의 표본들 - 전직기자인 택시운전자 타렉, 7년간 한 번도 지각을 해 본적이 없는 항공사 직원 베루스, 엘비스 모창가수 등... 이들은 12명의 죄수와 8명의 간수로 나뉘어 14일간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실험 1일 - 처음은 게임처럼 즐거웠다. 그러나 간수는 여섯 개의 규칙에 따라 죄수를 통제해야 한다. 

실험 2일, 3일... 한 잔의 우유, 치기 어린 장난들이 점차 그들을 진짜 간수와 죄수로 몰고가기 시작한다. 

실험 5일째... 첫 번째 살인이 발생하고 실험은 연구자의 통제를 벗어난다. 그러나 아직 9일이 남았다... (『씨네21』 2002 03 06)

영화는 물론 가상공간에서의 실험을 다루고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것이 실제 상황이며 지금도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것처럼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의 미군의 행태, 르완다에서의 후투족에 의한 투치족 학살 등. 어쩌면 모든 대한민국 남자들의 체험공간인 군대 역시 이러한 '루시퍼 이펙트'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한겨레신문』의 『루시퍼 이펙트』에 대한 서평이다. 책읽기가 만만찮은 사람들은 영화 「엑스페리먼트」부터 볼 일이다. 

2001년, 영화가 공개되자 엄청난 반향을 몰고다니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언론은 '독일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세계를 완전히 넉다운시킨 최고의 스릴러'라는 평을 쏟아내었으며,  「엑스페리먼트」는 그해 전 세계 영화제에 최다 초청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스쳐지나간 영화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혹시 영화에서 다루는 가상공간은 대한민국이란 사회에서는 늘상 경험하는 실제상황의 하나이기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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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한승동 기자
출처 : <인터넷 한겨레> 2007년 11월 23일 


» 〈루시퍼 이펙트〉
 
 
〈루시퍼 이펙트 〉
필립 짐바르도 지음·이충호 임지원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8000원
 

평범한 인간이 악인으로 돌변하는
루시퍼 효과 검증한 ‘스탠퍼드 실험’ 분석
“개인 기질보다 환경이 결정적 역할” 주장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자행된 미군의 만행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적나라한 사진들과 함께 외부에 공개되자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해 9월 만행의 중심인물 칩 프레더릭 하사를 만난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37살의 그가 지극히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2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침례교 교회에 나갔으며, 스스로를 도덕적이고 영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프레더릭은 아부그라이브 학대 만행에 가담한 뒤에도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심리학자들은 모범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그가 자신의 근무환경에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학대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정신병적 성향의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정신분열증·우울증·히스테리를 비롯해 주요 심리학적 병리학과 관련해 그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범위”에 속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그런 ‘악마’로 돌변했을까? 짐바르도 교수의 <루시퍼 이펙트>(웅진지식하우스)는 바로 그 문제,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를 구체적 실험을 통해 추적해가는 방대한 저작이다. 루시퍼(Lucifer)’는 원래 하느님이 가장 사랑한 천사였으나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지옥으로 떨어진 사탄이다. 그러니까 ‘루시퍼 이펙트’는 멀쩡한 사람이 악마로 돌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지은이는 본장 첫머리에 네덜란드 화가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1898~1972)의 그림 <서클 리미트 Ⅳ>를 보여준다. 둥근 구 표면에 날개를 편 천사들이 셋씩 짝을 이뤄 나뭇잎처럼 촘촘히 그려져 있는데 묘하게도 초점을 천사한테서 그들 옆 빈공간으로 옮기는 순간 뿔달린 박쥐모양의 악마들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구도로 변한다. 이 그림이 보여주고 있는 심리학적 진실은 이렇다. 세계는 선과 악으로 가득하다.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고 불완전하다. 천사가 악마로 될 수도 있고, 악마가 천사로 될 수도 있다. 

지은이는 오랫동안 이웃으로, 친척으로 함께 오손도손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날 살인마로 돌변해 1백만 이상을 죽인 르완다의 후투족-투치족 비극, 일본군의 난징 대학살, 영국군의 미국독립전쟁 당시 주민학살 등의 예를 들면서 만행 당사자들이 칩 프레더릭처럼 평소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이었음에 주목한다. 그 ‘정상’ 뒤 깊숙한 곳엔 악마가 도사리고 있었을까? 

<루시퍼 이펙트>의 핵심 주제는 ‘인간의 악행은 개개인의 기질 탓인가, 아니면 그가 놓여 있는 상황 탓인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상자 안의 사과가 썩는 것은 사과 자체가 먼저 썩었기 때문이냐, 사과는 원래 멀쩡했는데 썩은 상자가 썩게 만들었기 때문이냐? 

» 세계는 선과 악으로 가득하며 천사와 악마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모리츠 에셔의 그림 <서클 리미트 Ⅳ>. M.C.Escher's 'Circle Limit IV' ⓒ 2007 The M.C.Escher Company-Holland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여기서 짐바르도의 유명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SPE)’이 등장한다. 이 실험이 책의 뼈대다. 아부그라이브 만행이 자행되기 33년 전인 1971년 8월14일 짐바르도는 하루 15달러씩 주기로 하고 실험참가자를 모집해 그들 중 24명의 ‘지극히 정상적인’ 대학생들을 뽑았다. 실험은 스탠퍼드 대학 지하실에 모의 교도소를 만들어 놓고 모집학생들을 교도관과 수감자 두 그룹으로 나눠 2주간 일반 교도소와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해 그들 사이에 어떤 심리·행동 양식상의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었다. 경찰에 부탁해 일반적 절차에 따라 그들을 체포한 뒤 3 × 3. 크기의 방 3개에 각각 세 명씩 수감자를 넣고 1개조 3명씩의 교도관 3개조와 지원근무자, 교도소장이 배치됐다. 두 그룹으로 나뉜 학생들은 그것이 실험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여차하면 실험을 포기할 수도 있으며, 부모들도 사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험 시작 첫날 점호시간부터 상황은 그들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교도관 역을 맡은 학생들은 진짜 교도관처럼 행세하기 시작했고 그들 정체성마저 거기에 맞춰 변해갔다. 수감자들 역시 저항도 하고 일부 탈락하기도 했으나 심리상태는 일반 교도소 수감자들을 닮아갔다. 책은 그런 변화과정을 매우 자세하게 보여주는데, 실험의 전모를 완전히 드러내기는 이 책이 처음이라 한다. 

실험은 사태가 매우 우려할 만한 지경으로 번져가던 제6일째 중단되고 말았다. 교도관과 수감자, 그리고 관찰자, 외부방문자들의 시선을 교차편집해 실험 당시의 사건과 참가자들의 심리상태, 종료 뒤의 평가, 회고 등이 종합적으로 제시돼 있다. 참가자들은 왜 실험인 줄 알면서도 극한상황으로 빨려들어갔는가. 왜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 실험은 33년 뒤 아부그라이브 비극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일어났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루시퍼 이펙트는 개인 기질보다는 상황, 상황을 조성하는 시스템, 곧 썩은 사과보다는 썩은 상자 탓이 더 크다는 게 결론이다. ‘밴두라 실험’ ‘깨진 유리창’ 이론 등도 등장한다. 물론 그것이 개인의 비도덕적, 불법적 악행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고 책임을 면제해주지도 않는다는 걸 짐바르도는 거듭 강조한다. 그는 누구든 악마로 전락할 수 있지만 누구든 영웅이 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악에 맞서 싸우면서 루시퍼 이펙트에서 벗어나기 위한 영웅적 노력을 보통 사람들에게 촉구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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