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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습/농사

고추, 태양초로 말리기

by 내오랜꿈 201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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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고추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열흘에 한 번씩 붉게 익은 고추를 따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건 역시 말리는 문제 때문. 건조기가 없는 나로서는 전부 태양초로 말려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될 수 있는대로 손으로 만져 보아서 말랑말랑한 고추만 딴다. 

 딴 고추는 일차로 깨끗하게 씻은 뒤 식촛물(50~100배 희석)에 한 번 헹궈 준다.


알다시피 태양초라는 게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다. 화창한 여름 햇볕에 일주일 이상 말려야 하는데 어디 여름 날씨가 매일 화창하기만 한가. 이삼 일 비가 오거나 흐리기라도 하면 곰팡이가 피어 버리는 게 부지기수. 그래서 고추를 딸 때 가능한 한 고추 포기에서 어느 정도 후숙이 된 말랑말랑한 고추만 딴다. 이렇게 딴 고추를 깨끗하게 씻은 뒤 식촛물에 한 번 헹궈 준다. 태양초로 말리는 경우 고추 표면에 묻어 있는 탄저균이나 회색곰팡이, 푸른곰팡이 등이 말리는 과정에서 이차 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씻은 고추는 한나절 정도 물기를 말린다.

물기를 말린 고추는 부직포를 서너 겹 덮어 말리기 시작한다. 내부온도는 한낮의 경우 55~60도까지 올라간다.

3~4일 서너 겹 덮은 부직포 속에서 말린 뒤 한 겹만 덮어 3~4일 더 말린다.


식촛물에 헹군 고추는 반나절 정도 햇볕에 두어 물기를 말린 뒤 부직포나 검은 그물망을 서너 겹 덮어서 말리기 시작한다. 3~4일(햇볕이 좋을 경우 2~3일) 정도 이렇게 말리면 고추 표피의 색이 짙어지고 수분이 어느 정도 빠져 나간 게 느껴진다. 이 정도 되면 그때부터 부직포나 그물망을 한 겹만 덮어서 말려도 하얗게 변색될 염려는 없다. 이렇듯 어느 정도 후숙된 고추를 따도 일주일 정도는 말려야 태양초가 완성된다. 중간에 비가 오거나 흐리면 전기장판 신세를 질 때도 있다. 고추 농사 짓는 것보다 고추 말리는 일이 더 힘드니 어느 누가 태양초로 말리려 들까. 그나마 몇 년째 태양초로 말리다 보니 조금씩 요령을 터득해 간다는 게 조그마한 위안거리다.



 다 말린 태양초 


올해는 작년보다 고추 수확이나 말리는 과정이 일주일 정도 늦는 것 같다. 아마도 뿌리가 상한 고추 모종을 심었기에 초기 생장이 부진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별다른 병충해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확은 작년보다 훨씬 많을 듯한데 날씨만 좋기를 바랄 뿐이다. 날씨만 도와준다면야 못할 것도 없는 게 태양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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